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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Dec 13. 2020

[왓챠 신작] <서약>

사랑과 자아실현을 향하여, 영화 <서약> 리뷰

최근 '왓챠'에서 신작으로 영화 <서약>이 공개됐다. 2012년 개봉한 이 영화는 영화 <노트북>과 <어바웃 타임>으로 잘 알려진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와 <스텝 업>의 배우 '채닝 테이텀'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이다. 영화의 주요 스토리는 가장 '영화 같은' 이야기이다. 

아내가 사고로 기억을 잃어도,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영화 포스터 ㅣ 네이버 영화

영화의 콘셉트

주인공 '페이지(레이첼 맥아담스 분)'와 '리오(채닝 테이텀 분)'는 사랑에 빠진 지 4년이 된 부부이다. 신혼인 셈이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서로를 아낌없이 사랑했고,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였다. 그러나 눈 오는 어느 날 차를 몰고 가던 두 사람은 교통사고를 당한다.


아내인 페이지가 더 크게 다치고, 그녀는 남편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고 만다. 남편이 누구인지 못 알아볼 뿐 아니라 그와 사랑에 빠졌던 지난 4년간의 기억이 모두 소실된 상태. 그런 그녀의 앞에서 리오는 좌절하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페이지가 사랑을 기억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리오'는 어떤 인물인가요?

여기서 주인공 리오는 아내 페이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4년 전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도, 4년 후 그녀가 기억을 잃었을 때도 말이다. 그리고 그는 페이지가 진정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리오가 하는 사랑은 참된 사랑이고, 영화에서 유일하게 나오는 진정한 사랑 이야기다. 


기억을 잃기 전 사랑했던 리오와 페이지 ㅣ 네이버 영화


영화의 축이 되는 이야기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첫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페이지 +
둘째는 페이지가 자신을 잘 찾아가도록 묵묵히 뒷받침하는 리오의 사랑이다. 


'페이지'의 주변 사람들은 어떤 인물인가요?

페이지의 곁에서 머무른 사람들은 그녀가 기억을 찾는 것을 100% 원하지만은 않았다. 다들 그녀가 기억을 잃는 것에 안타까워했지만, 각자의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1. 전 약혼자 제레미이다. 4년 전 페이지는 제레미와의 결혼을 앞두고 그와 헤어졌다. 왜 그랬을까? 바로 페이지는 그녀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제레미와 좋은 추억을 나누었지만, 누군가의 안락한 품 안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기를 원했다. 그녀는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페이지는 홀로 설 수 있는 나무가 되기 위해서 제레미와 가족들의 곁을 떠난다. 그러나 제레미는 페이지가 기억을 잃고 돌아오자 그녀의 마음을 다시 얻고자 한다. 왜냐하면 페이지의 마지막 기억이 제레미와 약혼녀였던 상태에서 끊겼기 때문이다. 


2. 두 번째는 페이지의 부모님이다. 영화에는 반전이 있다. 바로 페이지의 아버지가 예전에 페이지의 친구와 외도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페이지는 기억이 끊겼기 때문에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그 친구가 페이지가 기억을 잃은 후 과거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래서 페이지는 그 사실을 새로 알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이처럼 제레미는 페이지에 대한 마음을 아직 가지고 있었고, 페이지의 어머니도 아버지의 외도와 페이지의 독립 후 외로웠는데 첫째 딸이 기억을 잃은 후 돌아오니 다시 가족이 회복된 것처럼 느꼈다. 또 페이지의 아버지는 리오를 탐탁지 않아했는데 페이지가 다시 제레미와 만나고 법대생이 되니 나쁘지 않게 여긴 것이다. 

이처럼 각자의 소망이 있었던 페이지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녀가 기억을 되찾길 바라는 리오.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펼쳐질까. 


4년 전 독립한 페이지 ㅣ 네이버 영화


페이지는 4년 전 왜 가족을 떠나고 리오에게로 왔나요?

알고 보니 과거 페이지가 가족들을 떠났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첫 번째는 아버지의 외도 후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녀 스스로 틀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페이지를 진심으로 아꼈지만, 그녀가 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대로 살길 바랐다. 페이지는 고등학생 때 예술가가 꿈이었지만, 가족들은 그녀가 탄탄한 진로를 찾아가도록 법대에 입학하라고 한다. 페이지도 대학생 때까지는 가족들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살아왔지만, 점차 배우는 내용에 회의를 느끼고

<데미안>처럼 알을 깨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만들어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삶의 주체가 되겠다고 다짐한 페이지는 가족들과 연락을 잠시 끊는다. 그리고 시카고 예술 대학에 입학하고 싶었던 조각을 배우고, 신인이었음에도 당찬 실력으로 트리뷴 타워의 조형물을 만들 기회도 얻는다.

그리고 그녀는 부모님이 금지했던 문신도 하고 채식주의자라고도 선언한다. 무엇보다 페이지는 자유롭고 듬직한 리오를 만나 만난 지 2주 만에 사랑고백을 하고 결혼한다. 리오는 녹음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부유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페이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롭게 산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렇게 페이지와 리오는 자신들의 인생을 원하는 대로 그려나간다. 


페이지의 사고 이후 리오는 어떤 노력을 하나요?

그러나 페이지가 사고로 기억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리셋된다. 그녀는 가족들을 등진 이후의 모든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제레미와 약혼자 상태였고 법대생이었던 때의 기억으로 되돌아간다. 이에 리오는 슬픔과 답답함을 느낀다. 


페이지를 돕는 리오 ㅣ 네이버 영화

하지만 장면마다 리오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는 페이지에게 기억을 떠올리라고 애써 강요하지도,
그녀에게 왜 기억을 못 하냐고 화내지도 않는다.


단지 그는 페이지가 처음 자신에게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또다시 사랑에 빠지도록 '기다려준다.'


리오는 페이지의 아버지가 외도를 한 이후 예술가로서의 꿈을 찾고자 그녀가 독립했음을 알고 있었지만, 페이지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페이지가 자신에게 올 때 또 가족을 저버리고 오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리오의 속 깊은 배려였다. 


그는 그저 그녀가 자신과 살던 아파트에 들어와 일상적인 생활 루틴이 뭐였는지 알려주고,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녹음 스튜디오 일도 접어가면서 그녀에게 온 신경을 쏟는다. 또 리오는 페이지가 조각가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며 그녀가 다니던 작업실에서 예전에 그녀가 조각하던 때 습관 그대로 음악도 크게 틀어준다. 또 그는 그녀와 7월에 호숫가에서 수영하던 재미있는 습관을 다시금 재현한다. 그러나 페이지는 리오와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그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 같아 슬퍼한다.


페이지가 기억을 찾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는 리오 ㅣ 네이버 영화


영화의 상징 2가지

1. 리오가 그웬의 약혼 파티에서 페이지에게 하는 말.

그는 페이지가 기억을 잃은 것을 슬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책을 다 읽으면 아쉬움이 든다.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새로 읽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히다. 즉, 좋아하는 책을 다시 읽을 때의 설렘처럼, 당신과 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4년 전 당신을 만나서 연애했던 시절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이었다. 가장 빛났고. 


그래서 좋아하는 책을 다시 읽을 때의 설렘처럼 우리의 관계도 그와 같다고 생각하겠다. 새로 시작해요.'


정확한 대사는 아래에 있다.

"우리 관계가 그런 거야. 자긴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 못 해.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도... 내 삶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었지. 그래서 그 순간을 다시 느끼고 싶어."
"좋아하는 책을 처음 읽듯이?"


리오는 페이지가 그녀의 기억을 되찾길 바라지 않고, 다시 사랑에 빠지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2. 리오와 페이지는 그녀가 기억을 잃은 후 다시 첫 데이트에 나선다. 그때 예전에 함께 가던 '기억을 되찾는 카페'에서 리오가 페이지에게 '초콜릿 게임'을 제안한다. 초콜릿 복불복 말이다. 어떤 맛이 걸릴지 몰라 망설이는 페이지에게 리오가 용기를 북돋아 준다. 

'괜찮으니 어떤 맛이든 먹어보라고.'


초콜릿 복불복 ㅣ 네이버 영화

영화 내내 리오는 페이지의 삶에 용기를 주는 인물이다. 그녀가 처음 작업실을  차릴  때도 그녀는 두려워하고 낯선 것을 싫어했지만 리오는 그녀에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녀가 트리뷴 타워 조각을 못 할 것 같다고 말할 때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리오의 곁에서 자유를 찾은 페이지

페이지는 리오의 곁에서 자유를 찾았다. 마치 <타이타닉>에서 잭을 만나 자유를 찾은 로즈와 <노트북>의 앨리처럼.

페이지와 리오는 결혼식도 미니, 스몰 웨딩으로 했다.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주례는 친구가 섰고, 두 사람이 서약 문구를 썼던 종이는 '기억을 되찾는 카페'의 메뉴판이었다. 그 결혼식 영상이 녹화되었는데, 페이지가 기억을 잃은 후 이 영상을 다시 찾아본다.


리오와 페이지의 결혼식 ㅣ 네이버 영화


물론 가족들이 페이지에게 주는 사랑과 그녀에게 기울인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페이지는 한 단계를 더 넘어야 했다.

데미안이 알을 깨고 나오듯이, 그녀는 자신의 바운더리를 넘어 그 울타리 밖에 무엇이 있는지 보아야 했다. 


리오의 포기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리오는 페이지의 기억이 돌아오도록 애쓰는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녀를 놓아주기로 결심한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리오는 그것이 페이지에게 더 나은 길이라 믿으며 씁쓸한 마음을 달랜다. 아마 과거 자신이 가족을 떠나온 이유를 몰랐더라면 페이지는 다시 꿈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을 주체적으로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리오가 없었다면 페이지는 혼자 설 수 있는 힘을 잃었을 것이다. 


해피엔딩

다행히도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페이지가 다시 기억을 찾았다, 하는 식의 클리셰적인 결말은 아니다. 그것과 달리 어느 정도는 열린 결말이지만 오히려 더 감동적이다. 리오가 말한 대로 됐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새로 읽는 기분 말이다.


페이지는 기억을 찾지 못했지만, 자신의 잊힌 과거(4년 전 독립했던 이유)를 들은 후 다시 리오를 찾아간다. 왜 자신에게 과거를 알리지 않았냐고 묻는 그녀의 질문에 리오는 솔직하게 답한다. '그녀가 가족을 저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애씀으로써 그녀와 다시 살고 싶었다'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페이지는 무언가 결심하고, 4년 전처럼 법대를 뛰쳐나와 다시 예술대에 입학, 아파트 작업실에서 홀로 독립하며 마음을 정리한다. 


그리고 혼자 살 수 있는 힘을 얻었을 때, 그녀는 용기를 내 리오와 데이트했던 '기억을 되찾는 카페'로 간다. 그리고 페이지와 리오는 그 순간에서부터 다시 새로운 사랑을 쌓아간다.


리오와 재회한 페이지 ㅣ 네이버 영화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커플도 기억을 되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인생에서 '사랑'이라는 책을 두 번 쓴 것과 마찬가지이다. 

   

<서약>과 비슷한 영화를 추천하는 '무비 알고리즘'도 기대해 주세요!

다음 편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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