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임신 시도 7개월, 희망고문 7개월.
나도 남편도 살면서 크게 병치레 해본적도 없고, 우리 부모님들 역시 임신이 어려우신 분들은 없었기에 그냥 시도하면 길어봤자 3개월 안짝으로는 생기겠거니 했었다. 그런 나의 근거없는 자신감은 그렇게 주변에서도 자주 듣는 '난임'이라는 단어가 설마 우리 상상도 못했기 때문일테지.
처음 시도했던 1월은 나의 몸에 대해 배우는 달 이였다. 30 넘도록 내 몸이 어떤 원리로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몰랐던 모지리 나를 스스로 꾸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체의 신비에 놀라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리가 칼 같이 주기적인지라 배란일도 대충 인터넷으로 배운 날로 계산해서, 어줍짢게 계산된 시기에 사랑을 나누고, 대충 여기서 듣고 저기서 들은대로. 앱도 사용하지 않았고, 그냥 우리는 자연스럽게 임신이 될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2월은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배란 테스트기도 사고 앱도 다운로드 받았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몰라서 어물쩡 어물쩡. 그러다보니 오히려 가임기 동안에는 고작 한번밖에 사랑을 나누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때만 해도 하하 호호 우리 바본가봐 하며, 되려 (8월부터 다른 주 병원에서 일하기로 되있었던 남편의 스케줄을 생각하며) 차라리 지금은 임신 안되는게 낫다는 얘기까지 했더랬다.
3월, 배란 테스트기 사용법도 어느정도 이해했고, 가임기동안 사랑도 충분히 나눴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바심이 나기 시작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나오기 전 내 체온을 재기 시작했는데, 겨드랑이 밑에서 재야하는지 혀 밑에서 재야하는지 오락가락하던 달 이였다. 3월에는 참 Symptom Spotting 으로 정신없는 X-DPO를 보내기도 했다. 피곤함, 식욕, 가슴 통증, 더부룩함, 그리고 누가봐도 태몽같기만 하던 생생한 꿈 까지... 아마 평소같았으면 그냥 '오늘 속 좀 안좋네', '오늘 식욕 터지네' 했을 것들이 모두 다 임신 전 증상처럼 받아들여져서, 생리가 터진 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컥한게 올라온 첫 달이였다.
4월. 이제는 체온측정도 배란테스트도 까먹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내 몸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남편이 문제였다. 아기는 같이 갖는건데, 왜 나만 노력하고 있는거지? 이날 이날 사랑을 나눠야한다고 고지해도 일을 우선시하는 남편의 태도에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이는 너도 갖고싶어하면서 왜 협조를 안하는거야? 처음으로 남편에게 화를 냈다. 역시 이번달도 생리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5월은 일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아이를 가져보자고 으쌰으쌰한 달 이였다. 하지만 나는 일본에서 너무나 아파버렸고, 그래도 이제는 좀 한 팀 같은 남편과 으쌰으쌰해서 아픈 와중에도 충분히 사랑을 나눴지만, 실패. 그래도 언니의 임신소식을 들으며, 아 내 태몽이 내 첫 조카 꿈이였나보다 하며 자기 위안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6월 실패.
7월 실패.
그럼과 동시에 일도 너무나 정신없이 바쁘고 능력없는 매니저 뒷감당 하느라 스트레스 받다보니, 이러다가는 생길 애도 안생기겠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즐겨하던 취미생활들도 하기 싫다. 다 숙제같이 느껴진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
왜 남편은 항상 이렇게 바쁜지, 똑똑하고 능력있는 남편이 자랑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면서 모든 상황이 부정적으로 감정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회사에 집안일까지 하려니 부담스러운건가해서 일주일에 한번 오는 클리너도 고용했다. 그래도 내 감정은 요동을 친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계처럼 체온을 재고, 강아지를 걸리고, 일을 시작하고, 12시 쯤 되면 소변을 받아 배란테스트를 한다. 이제는 사랑 나누기도 팀플 숙제처럼 우리는 문제없이 해낸다. 그리고 생리 예정일이 다가오면 생리전 증후군인지 임신초기증상인지 그게 다 그거같은 증상들을 느끼며 느긋하게 기다리 수 없어 조급하게 꺼내보는 얼리 임테기. 반복 또 반복,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오늘은 펑펑 울었다.
며칠 뒤면 다가오는 가임기가 이제는 다시 찾아온 희망처럼 느껴지기보다는, 다시 한번 겪어야하는 이른 절망감으로 다가와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친구가 추천해준 난임 유튜브를 보며 혹시 내 나팔관에 문제가 있나, 내 난자가 나이에 비해 올드한건가 내 안에서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없는 문제라도 차라리 있길 바라는 마음... 이건 겪은 사람만 이해할거다. 차라리 문제가 있으면 고칠수라도 있지 않을까? 아니, 차라리 희망을 놓고 받아들이기 시작할 수 있지않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 문제도 없는데 임신이 안되는거면 그건 정말 답이 없는거잖아.
평생 한의사라고는 제 발로 찾아간 적 없는 양의사 와이프는 한의원 내원을 예약했다가 남편의 "Herbal medicine is basically witch doctor." 라는 말에 예약 취소. 간절함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오늘은 마음이 너무나 힘들다. 이 중압감을 내려놓는 방법을 모르겠다.
남편도 매 달 실망스럽고 초조한 마음은 나와 같을텐데, 슬픔인지 분노인지 더 이상은 알 수 없는 거대한 감정 덩어리에 매달 길길이 날뛰는 나를 보며 조용히 응원만 할 뿐 이다.
나도 엄마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