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와 이소라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풍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각자 있다.
그렇게 알아온 가수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울린 순간에 노래가 먼저 닿기도 하거나,
이름도 모르고 제목도 모르지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들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취향은 좋은 노래인 것은 알겠으나, 김건모의 음색을 좋아한 편은 아니었다.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고,
들려오는 대로 들었을 뿐 김건모의 노래를 찾아 듣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인정하는 가수이기 때문에 라디오를 듣다 보면, 방송을 보다 보면,
그의 노래들은 참 많이 나온다.
그렇게라도 ' 아 이 노래! ' 하며 알고 있을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좋은 노래들이 참 많으니까.
회사에 출근할 때엔 오른쪽 이어폰만 들리는 블루투스를 목에 걸고 세이캐스트에 맞춰 두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
어제도 낑낑대며 계단 서너 칸을 자전거를 들고 올려 막 출발 준비를 하려는데
많이 들어본 멜로디가 나왔다.
그리고 화면에서 제목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제목이 꽂혔다.
노래가 흐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거리며 뜬금없이 펑펑 울었다.
청첩장이란 노래였다.
보통은 자신과 닮은 상황의 가사에 울림이 오지만 이 노래는 전혀 연관 고리는 없다.
그저
'그녀를 사랑해줘요 행복하게 해줘요' 라며 털어내듯 부르는 목소리에 찡해졌다.
사랑했던 여자를 지극하게 부탁하는 말투 같은 노래에서
가볍기 만한 나의 연애들이 바스락거리며 구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반련의 예로 작년까진 이소라 5집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난 너에게 편지를 써 모든 걸 말하겠어 변함없는 마음을 적어주겠어'라고 시작하는 구절부터
'너에게 편지를 써 내모든걸 말하겠어'라는 마지막 구절까지 그런 마음으로 사랑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순간에 쥐어짜내어진 계절 탓 감정장애를 겪고 보니 나 자신, 객관적 그녀로 둔갑시켜 어느 무대 쪽에 가까운지 생각하면 돌려받지 못하는 마음들에 눈물을 축낸 이소라 노래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소라 언니는 자신의 연애가 끝났을 때 노래이자, 앨범이 나온다고 우스개 소리로 말했었는데,
요즘엔 안녕하게 연애하고 있으신가 보다.
일화를 엄마에게 들려주니 ' 너도 늙나 보다 '라고 한다.
늙는다는 게 눈물 조절이 잘 안될 때 쓰이기도 하나보다.
시름 시름 앓는 소리 내며 노래타령하는 것을 보니 가을이 이제 맞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