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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an 31. 2017

[영화] 더 킹

나쁜것들은 벌 좀 받자

요즘 엄마와 내가 그나마 함께 하고 있는 문화생활이자 데이트의 전부인 

영화 관람을 했다.


늘 가던 북수원 CGV로 갔고 좌석 등급제 가격을 운영하는 CGV 정책과 타협하여 

엄마와 나만의 '만족'좌석을 찾아내었다.


더킹을 보았다.


정우성, 조인성 두 배우가 한 프레임 안에 같이 서있는 장면들, 게다가 슈트 차림의 맵시는 

멋있었다.



다른 미사여구는 잔치레 같을 정도로 깔끔하게 멋있었다.


내용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검은 실세들의 일대기 과정을 가볍게 주물거려놓았다.



한강수역의 정우성은 이전 작 '아수라'에서의 한도경 역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을 갖고 있는 

그라운드 안의 타락한 인물을 연기했다.



아수라는 권력 앞에 들개처럼 엉겨 붙어 서로 물어뜯는 시장판이었다면 더킹의 권력은

들개들을 부리는 주인들의 목줄 싸움 같은 형상이었다.



대부분의 다른 장르 영화는 영화적 장치, 상상력이 가미된 허구의 세계로 필름 속 세상을 즐길 수 있다지만

대한민국 권력형 비리 영화는 하나의 장르로 인이 새겨진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흥행 수익도 뒤따라 이어지는 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쪽이 영화판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충격과 고발, 현실과는 다르게 

권선징악, 인과응보의 매듭이 지어지는 결말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뉴스가 아닌 영화 속에서 비리 척결의 위안을 달래야 한다는 게 서글프기 짝이 없다.



영화의 마지막 ' 진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달라는 

태수의 말은 '그래서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처럼 좋은 결말이라는 이름으로 

훅 덮어진 책장처럼 치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태수의 결말도 글쎄, 

검찰 비리 척살의 비장함보다는 보복성 정치 공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영화의 메시지도, 의도도, 한 줄의 대사도 혀 속으로 잠깐 밀어 넣어진 사탕 같으나 

단맛의 윤활유 같은 제 역할을 잃고 만다.


현실은 도통 가라앉지 않는 혓바늘의 숲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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