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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Apr 23. 2017

나야나에 응답하는 소감

프로듀스101 시즌2

프로듀스 101을 보고 있다. 


미리 밝혀 두지만 아이돌쪽엔 관심이 없으며  아이돌 무대 역시도 오글토글 거려 보지 못하는 전형적인 건조한 30대이다. 



그나마 게중엔 같은 여자인 상큼 상큼 여자 아이돌을 보면 그래, 어리고 예쁜 나이니 한참 발랄해도 좋을  특권을 언니나 이모의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지만 어쩐지 남자 아이돌은 이모나 엄마의 마음으로 보기엔  내 자신이 너무 늙어버린것 같아 싫고 멋있어요 꺅꺅 하기에도 한심했다. 



소녀시대, 2PM 이후로 나의 아이돌 계보는 응 이름한번 들어봤어 정도이고 크게 관심가져봐야 뭐하겠나 싶은 영역으로 밀려나 있었다. 

프로듀스 101 시즌1 성공에 힘입어 남자아이돌 버전인 시즌2의 본방송 시작전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때도 뭐 또 나오는구나 싶었다. 

시즌1도 잘 보진 않았으니까. 



시작은 ' 어쩌다 보게 되다보니 ' 였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릴 시점도 잊은채 빠져들게 되었다. 


왜 ?  


같은 꿈을 가진 동료이자 경쟁자 101명이 우글거리는 TV속 안은 경쟁사회의 축소판으로, 
센터, 1등만 기억되는 더러운 세상속 단면처럼 정해놓은 판에 맞춰 돌아갈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각자의 한계를 인정하고, 뛰어 넘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며 대중에게 자신만의 매력을 각인시키는 젊은 청춘들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래도 저들은 간절하게 되고 싶은 것이 있어 호소 하고자 대중앞에 섰으니 그 용기에 박수쳐 주고 싶다. 

10대 중 후반에서 많게는 30대 초반의 나이를 가진 연습생들을 보면서  
나도 무언가 간절하게 되고 싶었던 꿈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꿈에 죽을 만큼 노력해본적이 없어  
꿈을 꾼적 없다고 하는 것인지, 꿈을 밝히기엔 지금의 삶이 너무 달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건지 모르겠다. 

확실한건, 열심히 처절하게 매달려보지 않았다. 

그래서 가슴 한편엔 늘 아쉬움이 있으면서도 그때도 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이라고 달라질 수 있을까 싶은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을 늘 품고 사는 중이다. 

그래서 소년들의 도전에 매력을 느꼈다. 

기획사 이름, 미미한 인지도, 데뷔경력, 나이,등 스튜디오 밖의 나를 구성한 계급장 떼고  스튜디오 안에서 다시 0으로 돌아와 믿을건 자신밖에 없다는 각오 하나로 시작하는것.  

그 도전 정신 말이다. 




1화 : 태생적인 실력차이는 존재한다.


외모, 춤, 노래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은 연습생도 있고 



하나만 특출나게 좋은 연습생도 있고 아무것도 안되는 연습생도 있다. 

그리고 엔터테이너 시장 답게 외모, 화제성이 큰 무기인 연습생도 있다. 



그럼에도 공평하게 등급은 매겨진다. 

A부터 F까지 . 

안타까웠던건 이 많은 인원이 데뷔를 목표로 자신을 갈고 닦고 있지만 데뷔만 한다고 해서 앞으로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언제까지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데뷔는 했지만 소리소문 없이 대중에게 잊혀진 가수들도 있는가 하면,


뉴이스트


쟁쟁한 실력인데 왜 뜨지 못했는지 알 수 없다는 평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참가자도 있었다. 

핫샷



불확실한 미래지만 스타라는 이름의 성공별은 얼마나 매력적인던가  
청소년의 인기 희망 직종 중 연예인이 늘 상위급에 들어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심사위원의 시선, 무대위의 긴장감 등에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사회는 그렇다.


수십번 넘어져도 격려해주고 기다려주는 것은 가족과 몇 친구 몇명 뿐 대부분은 그 한순간이 나의 전부처럼 보여주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사람의 숨은 가치와 진심을 알아 주는것은 많은 교류와 교감을 통해 가능하다.  



연습생들에게 그리고 가수들에게는 무대와 몇 방송 분량에서 자신의 이미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뿐인데  무대뒤의 불안과 걱정을 토로하는  장면들을 보니 이들도 늘 기도하고 소망하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으며, 조금 더 애정어린 시선을 호소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 아니 저렇게 허접한데 어떻게 가수가 될려고 하지 ? ' 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도 무시할 수 없는건 이들은 성장할 것이라는 거다. 

성장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할테니까. 




2화 : 역전 만루 홈런


나야나 안무가 공개되고 3일간의 연습 후 실력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등급이 상향 조정된 연습생도 있고 하향조정된 연습생도 있다. 


죽어라 연습했지만 생각처럼 내 몸이 내 머리와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실망하고 다시 껴안는다. 

기존 A등급 인원과 새롭게 A등급으로 올라선 인원의 센터 1분 퍼포먼스에서는 심층된 부담감과 심적 압박을 이겨낸 사람과 굴복한 사람의  모습이 대비되어 비춰 보였다. 



기존 A등급 자리를 지킨 연습생들은 선방한 무대를 보인 방면 새롭게 A등급으로 올라선 연습생들의 ' 이번에야 말로 무언가 보여주겠다 ' 하는 각오는 스스로를 더  패닉 상태에 만들었다. 

상위클래스에서 주변의 부러움과 기대를 등에 업어본 사람이 무대위에서 한땀의 여유를 만들어낼 나름의 노련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남 보다는 기회가 만들어준 경험이 좋은 결과를 보여준 셈이었다. 




3화 : 협동 혹은 줄타기


많은 시간 호흡을 맞춰온 기획사별 멤버를 떠나, 싱글 퍼포먼스를 떠나 낯선 사람들과 조를 이루어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시즌 2 첫번째 센터 이대휘 연습생이 화제가 된 연습생을 쏙쏙 뽑아 조를 만들었고, 



맨 마지막 아무도 초이스 하지 않아 남은 연습생들끼리 이루어진 조는  먹이사슬의 최하단 케이지가 오픈되면서 육식동물사이 초식동물들 처럼 연약하고 안쓰러워 보였다. 

힘있는 사람은 더 안정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것이 당연했고 그렇게 차츰 차츰 떠밀려 선택받지 못한 무리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이치였다. 

나는 계층 사다리의 민낯 한가운데 서있을 자신이 없다.  

울지않고 연습을 시작한 하위 연습생들이 장했다. 

카메라 점유 분량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센터 싸움이 치열했다. 



대부분의 조가 미션곡에 어울리는 이미지이자 실력도 갖춘 사람이 센터에 서는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그 사람이 가능하면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서로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떠밀려 조장이 되거나, 발표자가 되었던 시절에 대비하면 솔직하게 욕망하고 드러내는 모습이 후련했다. 

자신의 욕심으로 센터를 고집하던 연습생도 대의를 위해 자리를 물려주었고 바뀐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몰랐을거다. 



열심히하는 의지와 패기와 있으면, 내가 더 노력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 오겠지 싶은건 결국 막연한 자기 희망이었다. 

정해진 시간, 실력 안에선 냉철하게 자기 희망의 싹을 스스로 끊어낼 수 있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연습생이 3화를 보면서 생겼다. 

낯가림 많고 에너지 있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묵묵히 제 실력과 배짱을 보이는 박우진 연습생에게 정이 갔다. 



본인이 리더 임에도 불구하고 노태현 연습생에게 실질적 리더 역활도 밀린다.


가만보면 여기저기 치이고 뒤에서는 속앓이 많이 할 스타일이다. 

깨방정 떠는 아이돌만 보다가 묵직한 애어른 한명을 보는 느낌이다. 

무대위에서는 자기 역활을 충분히 해낸다. 




3회까지 보고 난 후 인기와 실력은 역시 비례하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장문복에게 집중되는 카메라 분량도 다른 연습생에게 조금 나누어지면 좋겠고, 얼굴이 자기가 노력해온 결과인듯 인터뷰하는 정안가는 얄미운 연습생도 있다. 

사람의 매력이란것이 뭘까 의미심장하게 생각해본다. 

분명, 성실하고 열심히 일을 하는 회사 동료인 것은 알지만 친해지고 싶은 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이가 있다. 

친해지고 싶은 이의 유형이 대부분 비슷한 것을 보면 호감가는 상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기도, 혹은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잘생기고 예쁘게 생기고 귀엽게 생기고 등의 생김새의 틀을 깨고  

미션을 수행하는 태도, 타인을 인정하는 자세, 꿈에 대한 포부와 끈기등으로 개개인을 관철시킬만한 매력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카메라 편집이 관건이겠지만 말이다. 

국민 프로듀스라는 말에 왜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당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이 가수가 되고, 실력을 갖춘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결국  한 사람이 사람에게 보내는  호감과 애정의 시작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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