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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May 19. 2017

[책]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사소한 이유였다.

누구에게 설명할 감도 안되는 에피소드였고 수시로 반복되는 케이블 재탕같은 모노드라마였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상해있었다.

그렇게 엄마와 난 일주일간 냉전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 알았어 미안해 ' 사과하는건 언제나 내 쪽이었지만 토라진 딸을 끝까지 붙잡고 원래의 사이로 돌려내는것은 엄마쪽이었다.

상황을 마무리짓기 위해 미안하지도 죄송하지도 않는 마음상태에서 미안해라고 말해놓고 뒤돌아 곱씹어 생각하니 기분이 나쁜것이다.

잔뜩 볼이 부어 있는 상태에서 걸려오는 엄마전화는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와중에 지하철 역 무인 도서대여기에서 이 책을 만났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저자 아사쿠라 마유미, 노부타 사요코

출판 북라이프

발매 2017.02.20.


스스로를 착한 딸 정도씩이나 생각하진 않았다.

내가 엄마가 되었을때 나같은 딸을 키우면 어떨까 생각할적엔 크게 속썪을 일 없는 좀 답답한 자식 같은 기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마에게 크게 불만은 없었다. 
간혹 부딪치는 일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엄마도 나도 세월에 맞춰 흘러 오면서 각자의 성향과 성격을 파악하고 이해해주는 쪽으로 바뀐 편이었다.

그럼에도, 한번씩 남보다 더 서운하게 하고 제법 알아서 넘길 때도 됬는데 발끈하고 섭섭함의 여운이 오래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엄마와 나의 관계를 책을 빌어 정비해보고 싶었다.

글 속의 어머니들 처럼 엄마는 나에게 참을 수 없는 구속을 하지도, 할퀴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 점에서는 책에서 설명하는 비교 우위 심리적 안정을 느끼며 엄마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내 삶의 많은 부분이 엄마에게 매여 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제 엄마한테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다. 
엄마를 생각할적에 고마웠던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눈물이 마를 새 없고, 나도 엄마에게서 내놓은 자식이 되긴 싫다. 

하지만 ' 엄마가 싫어할까봐, 엄마한테 괜히 미안해져서, 엄마에게 죄짓는 기분이 들어서' 등등의 이유로
스스로 올가미를 조이는 생각과, 습관에서는 벗어나고 싶었다.

'나'라는 주체성 보다 ' 엄마딸로서의 나' 를 우선 생각할 적이 많았다.

그러므로 조금 더 건강하게 엄마는 엄마대로 나는 나대로 친밀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본 책이었다.

몰랐던 사실을 깨달을 만한 구절이나, 접근 방식의 사례는 없다.

그래도 읽고나니 홀가분해지는 기분은 든다.

어머니들이 이 책을 본다면 섭섭할 수도 있을것 같다.

더불어, 일본의 초고도 단순,간편,명료,개인주의 심상이 확대되면서 나 혼자만의 안정,행복추구를 위한 것 처럼 느껴지는 도서 제목들이 좀 위험하게 느껴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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