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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Aug 04. 2017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어머니

영화 ‘트루스어바웃 엠마누엘’ / 책 ‘형태뿐인 사랑’



회사-집을 오가는 평일은 짬짬히 책을 보고 영화를 본다.


영화 말고 다른 영상매체들도 꽤 보는 편이고, 책 말고 인터넷 잡식기사들도 많이 보는 편이지만 취미나, 퇴근 후 일상을 묻는 질문엔 그 두가지를 한다고 말하는 편이다.


그리고 간혹 더 짬이 난다면, 본 것에 대해 기록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라고 할 것이다.


무튼, 일외의 일상 전부인 볼 컨텐츠를 선정하는 방식엔 네이버 N스토어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무료로 업로드 되는 영화를 보는 것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책은 오가는 망포역 도서자판기 같은 땅콩 도서관에서 무인 대여로 빌려본다.

그렇게 영화도 일주일에 한편, 도서 대여기간도 일주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가 올라오면 보지 않거나, 일주일안에 다 읽지 못한 책이 있어 연장을 할 때도 있는데 이번 주에 접하게 된 영화와 책은 비슷한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상평을 남기고자 닮은 꼭지를 발견하여 부러 고른 영화, 책도 막상 쓰고자 하면 이게 정말 비슷한 주제인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지만, 어쩌다 주제 카테고리 안에 연이어 본 책, 영화가 담기게 되는 것은 영화의 감독과, 책의 작가가 손을 잡고 내게 인사하러 오는 느낌이었다.


영화와 책 속에서 인상깊었던 모성애의 부재와 그 자리를 견디는 과정의 시각에서 적고자 한다.




[영화] 트루스 어바웃 엠마누엘

2015.9.17 개봉

감독 : 프란체스카 그레고리니

출연 : 카야 스코델라리오(엠마누엘),제시카 비엘(린다)



18살 엠마누엘의 친어머니는 딸을 낳다가 죽었다.


그 일을 자신이 엄마를 죽였다 라고 표현하면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엄마를 추억해야했고, 사진 몇 장에서 얼굴을 찾아야 했다.


딸의 탄생과 어머니의 곧이은 죽음은 포개어질 수 없는 삶에서 딸의 그리움과 죄책감을 증폭시킨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새 어머니가 있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새 어머니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자였고, 엠마누엘을 극진히 챙겨주면서도 엄마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어 결핍된 기민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친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옆집 여자 린다가 이사를 온다.


린다의 베이비시터가 된 엠마누엘은 그녀와 함께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린다가 자신을 딸 처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린다의 아기는 이미 죽었지만 죽음을 인정할수 없는 가엾은 모성은 인형 아기를 끌어안고 있다.



엠마누엘은 인형 아기를 돌보고 있다는 린다의비밀을 지켜주면서, 어머니가 없었던 자신의 유아시절을 투영시킨다.


엠마누엘이 불안함을 느낄 때 물이 들어차는영상, 린다의 집에 갈 때 축축히 젖은 땅을 밟고 가는 장면은 엠마누엘이 엄마와 유일하게 연결될 수있었던 뱃속 태아의 양수를 생각나게 했다.



사소한 놀람에도 ‘엄마야!’하고 외마디를 내지르는 본능은 엄마의 그늘 안으로 도망치고 숨을 수 있었던 기억이 불러주는게 아닐까,


엄마 품 안의 기억을 양수를 통해서만 닿을수 있는 엠마누엘이 애잔했다.


어머니를 잃은 엠마누엘, 아이를 잃은 린다.

린다의 기억에서 아이가 떠났다는 걸 받아들일수 있도록 어머니의 무덤에 아기 인형을 함께 묻어준다.



모성애를 가득 담아두고 싶었던 엠마누엘은 가슴에, 모성애를 쏟아부었던 린다는 아이가 있었던 자궁에 손을 대고 두 여자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제스쳐 상징 깊은 여운을 준다.


린다를 도와주는 일이 태어나는 것 밖에 아무것도할 수 없었던 자신의 무력감과 죄책감을 지우는 의식이라고 생각했었는지 모르겠다.


아기,아이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영화 클로즈 장면의 밤하늘을 연상하면 우주가 생각된다.


내 어린날의 우주가 빛날 수 있도록 지켜준건 어머니의 사랑이겠다. 모성의 은하수.




[책] 형태뿐인 사랑

저자 : 히라노 게이치로

역자 : 양윤옥

2017.1.24 출간


마성의 여자로 불리는 여배우 가나세 구미코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게 된다.


그 사고의 현장에 있었던 디자이너 아이라는 구미코를 도와주게 되고, 그녀의 의족을 만드는 일에 착수하게 된다.  



이야기는 아이라의 시선으로 진행되고, 소설 속 등장 인물 외에는 에이미 멀린스 같이 현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과 상세하게 결부시켜져 있어서 실제의 사건이 아닐까 하는 착각도 들었다.


구미코의 의족을 만들면서, 그녀가 다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협력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사랑은 싹튼다.


구미코와 아이라의 사랑이야기보다는, 아이라와 어머니의 관계가 위 영화의 연장선으로 말하게 되는 주제이다.


어린시절 아이라의 어머니는 정숙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었고, 동네에서 수많은 남성들과 추문이 있었다. (짝사랑하던 여학생의 아버지와도!)


결국 아버지와 이혼하고, 이후 어머니와의 관계도 끊어졌는데, 어머니가 재혼한 양아들이 유골함을 들고 나타 이 유골함을 정리하면서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생각을 곱씹는다.


아이라는 주변 두명의 여성에게 어머니의 모습을 비춰보는데 한명은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비슷한 연배였을 후견인 사나코였고, 또다른 한명은 여성들에게 어머니와 비슷한 이미지로 미움을 받는 구미코였다.


어머니가 정말 문제가 많은 여자였다고 자신마저 생각해버리면, 어머니가 쓸쓸하고 안타깝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좋은 여자였을 거라고 생각하면 어머니로 상처받은 자신의 아픔이 거짓이 되는 것 같다는 구절이 있었다.


가족이 상처가 되는 고통은 그 어떤 아픔보다 잔인하다.


끈기가 없어 꾸준히 미워하지 못했다는 아이라의 담담한 고백이 그래서 더 슬펐다.


어머니가 훌쩍 떠나버린 빈자리에 풀지 못한 오해와, 선입견, 어떻게 살았으리란 짐작은 연인 구미코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그 둘을 아껴주고 도와주는 사나코에게서 아이라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어머니와 날 선 추억들 뿐이지만, 닿아있는 이성에게 어머니와의 닮은점을 찾는건 그리움의 표출이 아니었을까싶다.


모성애는 내리 사랑으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거꾸로 거슬러 내 어머니도 나에겐 따뜻했었다 라는 아이들의 뿌리 찾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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