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고 '아들'로 저장되어 있는 동생에게 한 식당에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엄마는 자신이 평소 염려하던 그 우려사항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하였다.
자식들에게 반갑지 않은 생부의 소식이 전해지는 것 말이다.
난 그게 두렵다가도, 아빠가 원망스럽다가도, 왜 그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지 답답하다가도,
자신의 소식을 반가워하지 않은 아버지의 생이란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울까 하는 찰나의 연민이 지나간다.
아무리 아빠와 유대관계없이 컸고, 나눈 정 없이 컸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날 낳아준 부모라는 생물학 적 당위 말고도 아버지의 돈으로 먹고, 자라고, 살 수 있었다는 역사가 있다.
이혼한 건 엄마지만 나 역시도 무 자르듯 싹둑 외면하면 안 되었던 거다.
하나둘씩 피하기 시작한 관계는 나중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바다와 하늘의 사이만큼 벌어져 있었고 결코 맞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불가능'의 이름으로
관계를 정리하고 있었다.
싫지만 연락을 받았더라면,
짜증 나지만 한 두 번 얼굴은 보았더라면,
화가 나지만 같이 밥을 먹었더라면, 하는 가정은 아빠와 딸이라는 연결고리는 그래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불편하다고 도망치고 조금 거슬린다고 내빼는 나란 사람의 부연설명을 고쳐볼 수 있었을까
동생은 해외로 돈을 벌러 나간다고 한다.
실은 자기도 한국에 있고 싶지 않겠냐고 울먹거리는데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항상 걱정만 시키고 제 앞가림 못하는 철부지라 생각했는데
사회에서 고것밖에 안 되는 내 능력을 인정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이상의 성장통에 나 또한 많이 아팠으면서
동생의 편에선 되려 엄중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가족은, 특히 나의 가족 남자들은 참 밉다.
참 많이 안쓰럽고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맞는 건지 난제를 주는 인물들이자 인간다운 감정을 일깨워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선 10년 동안 모르던 아빠의 번호는 받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