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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Oct 25. 2017

[책] 콰이어트

고독한창작가 내향의 힘


비소설분야의 책을 읽을 땐 내용자체의 난이도를 떠나 이해의 어려움을 느낀다.
한자 한자 머리 속에 각인처럼 새기고 싶은 내용들이 가득했는데 완독 후 짧은 소감이라도 남기고파, 긁적거리는 와중에도 명쾌하게 떠오르는 구절이 없다.
분명 책을 읽던 기간에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내면의 외면했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충만한 내향성을 회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작가는 내향성의 사람들에게 드리워진 편견과 시선에 과학적인 연구자료를 근거로, 
사람의 기질과 성향을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성격이자 인격임을 일깨워 주었다.
무엇보다 내,외향의 구분이 반대편에 선 서로 다른 사람들이란 배척이 아니라
각개 내면의 성향은 유동적으로 보여질 수 있음을, 훈련과 연습을 통해 의도한 기질 표현이 가능할 수 있음을, 그래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한다는 피로감과 강박에 부담을 덜어주는 
내게는 심리치료 못지 않은 책으로 다가왔다.


나 자신에 대해서 단순히 사회성이 부족해서, 도덕적 양심이 부족해서 내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채 죄책감에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떠올랐다.
20대 중 후반의 나는 과할 정도의 자기 혐오와, 자존감 부족에 시달렸는데 이 책을 통해 비추어 본 나는 나 자신에 대한 무지와 관심부족이 더 큰 문제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내면의 괴로움과 상처를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 줄도 자신있게 설명할 수 없으면서 어설픈 위로와 보기 좋은 글귀들에 마음만 팔린 채로 떠돌아 다닌 격이었다.
이제야 한 짐 내려 놓은 뒤 나의 인격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 할 수 있을 것 같다.
밥 잘 먹는 사람이 예민할 리 없다고 생각했었다.
수다와 잡담에 능한 척 하기 위해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연기하는 것도, 외롭다고 투덜대다가도 혼자일 때 세상 편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내가 되고 싶은 자아와, 생겨먹은 자아가 충돌한 불일치의 결과라고만 생각했다.
몸 안에 다른 꿈을 꾸고 사는 사람이 웅성거리고 있고, 내 골격과 인격의 기조에 대한 이해보다는 망상에 갇히어 휘청거렸다.
내면의 바다를 올바르게 항해하는 지침서와 같은 책이었다.
성경을 읽어본 적 없지만 내향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겐 성경과 같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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