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에 대한 단상
명절다운 기분을 느꼈던 적이 벌써 한참 하고도 오래전이었다.
친척들끼리의 만남, 여행, 아쉬운 헤어짐, 그런 것들은 엄마 아빠가 갈라서기 시작하면서, 그 친척들 각자가 자신들의 가족을 꾸리기 시작하면서 사라져버렸다.
달라지지 않은 건 엄마와 그 품안의 자식 둘 뿐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불안한 위치에 무엇 하나 이루어 놓은 것 없이 나이만 꼬박 꼬박 먹어가는 중이었다.
어차피 내 집에 있으나, 엄마 집에 있으나 하릴없이 tv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며 분풀이하는 것은 똑같은데도, 굳이 이럴 때는 가족은 모여있어야 한다며 애꿎은 동기부여를 주입시킨다.
추석 연휴 내내 엄마는 근무기간이고, 동생은 집에 잘 붙어있지도 않고 (집에 같이 있는 게 더 불편하긴 하지만) 왜 오기를 부리실까 생각하니 더 가기 싫어졌다.
그래서 늦장을 부리며 밤 10시 좀 넘어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많이 토라져 있었다. (일명 삐쳐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원체 애교도 없거니와, 내 기분도 영 호의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풀어지게 하려고 하니 안 하느니만 못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잠을 자다가 그래도 다음날 돌아가지 않고 엄마의 퇴근길을 반겨주었다.
요양원에서 제사를 지내고 남은 전과 송편을 " 그래도 네 생각이 났다! " 라며 이것저것 싸와 같이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소화 좀 시킬 겸 같이 공원을 걸으러 나갔다.
슈퍼문이란다. 올 추석 달은.
" 어때, 달이 좀 큰 것 같으냐? "라고 엄마는 물었고
" 글쎄 밝은 것 같긴 한데 크기는 잘 모르겠다 "라고 답했다.
슈퍼문(오른쪽)과 일반적인 달(왼쪽)의 비교. (출처:위키백과)
엄마는 확실히 큰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소원을 빌라고 부추겼다.
글쎄, 난 어떤 소원을 빌어야 될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고, 소원을 빌면 짠하고 이루어 달라며 상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떤 것이 내 소원이고, 희망인지 잘 모르겠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리스트라면 저 거대해진 달 표면에 빽빽이 써 둘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엄마는 내가 좋은 짝 만나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언제는 혼자 살라며!! 하고 부끄러워했더니,
" 네가 혼자 살면서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재밌게 즐기고 사는 편이면 그러라고 빌 텐데, 넌 그러지 못하잖니.. "
" 그건 돈이 없어서 그렇지 뭐... "
엄마가 걱정하는 태생의 외로움 탓이 아닐것이라듯 말해주었다.
딸은 해마다 소원 빌 거리가 없어지고 엄마는 해마다 소원 빌 거리가 많아지는가 보다.
달은 그래서 둥근가 보다.
누군가 비어 가고 덜어내지는 마음에 채워주는 이들의 소망도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