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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an 18. 2018

[전시] 새벽의 몸짓-권용택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기획전시실 3

1월 17일 줄리안 오피 전시전을 보기 전, 먼저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제3전시실에 있는 권용택 작가 전시를 먼저 보았다.

2017년 10월 24일부터 2018년 2월 4일까지 전시하고 있다.



수원을 연고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쳐 온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로 <권용택, 새벽의 몸짓>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새벽의 몸짓'은 지난 수년간 형식과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담대하게 걸어온 권용택의 작가적 신념을 반영한 것이다.
새벽은 자연의 모든 만물이 숨을 고르고 새로이 타오를 먼동의 설렘을 간직하는 시간이다.
그의 작품세계 역시 특정한 형식에 안주하거나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의 몸짓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중요한 수단인 동시에 부단한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 온 성실한 작가정신을 대변한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수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권용택(1953~)은 1971년 중앙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
졸업하던 해 수원문화원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그의 작품세계는 크게 세 번의 변화를 거치는데, 수원과 인근 지역에서 미술교사로 활동을 병행한 시기에는 주로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화풍의 작품을 발표했다.
198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시대와 역사, 사회 현실 등의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현실적 삶의 지평을 새롭게 모색하는 작품을 전개하였으며 지역의 미술 운동 조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작가는 이 무렵 '땅 위에 발을 딛고 서는 그림'을 만나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최근 10년간 그의 작업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자연 안에서 순리와 역행이 부딪치는 몸짓들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며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주목하고 그 모습들을 기록해나가고 있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폐철> 캔버스에 오일, 162X112cm, 1978


1979년 프랑스 <르 살롱>(LE SALON)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리는 일상적 풍경의 가치와 삶의 귀중함을 자각시키는 극사실적인 화풍으로 주목받았던 대표작

작가는 1970년대 중엽부터 서정적으로 사실주의적인 표현을 기반으로 한국적 회화를 이끌고자 했던 목우회 활동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그가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출퇴근하는 길목에서 마주쳤던 철길이 소재가 됐다.
일상의 풍경이었던 철길이 특별하게 각인된 이유는 비무장지대에서 전쟁으로 끊어진 녹슨 철길을 보며 느꼈던 분단의 역사로부터 기인한다.
작가는 극사실적 표현을 통해 보이는 것 너머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환기시킨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추곡수매> 캔버스에 아크릴, 89X116cm, 1992


1987년 6월 민주 항쟁을 계기로 미술의 목표가 미적인 즐거움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증인으로써 우리의 삶을 진실 되게 표현하기 위함'이라는 의식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후 그의 작업에는 현실주의적 미술 개념이 적극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추곡수매>는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하단부에 낮게 책정된 가격으로 추곡수매를 하는 늙은 시골 노인과 상인의 모습이 대비되어 보인다.
그 위를 가로지르며 찢긴 풍경 안에는 황금 들녘에서 파종부터 수확까지 정성과 염려 그리고 감사의 시간을 보내는 농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그리운 금강산> 캔버스에 아크릴, 97X195cm, 1995


작가는 우리 사회 도처에 잠복되어있는 이데올로기의 상처와 자본주의의 억압을 특유의 조형언어로 표현해왔다.

특히 비무장지대는 지난 40여 년간 끊임없이 등장했던 소재다.
<그리운 금강산>은 비무장지대 철책 너머 넓게 펼쳐진 푸른 산으로 하여금 분단의 흔적과 그리움을 자아낸다.
화면을 횡단하는 검은 영역은 치열했던 전쟁의 기억과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현실을 상기시키며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바이칼에서 오대산 천까지>캔버스에 아크릴, 먹 130.3X162.2cm, 2016


권용택의 풍경은 자연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산과 강에 켜켜이 쌓인 역사를 한 화면에 담는 것이다.
<바이칼에서 오대산 천까지>는 작가 특유의 서사성이 발현된 대표작으로 현재와 과거의 시점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한민족의 시원이자 성지로도 불리는 바이칼 호를 시작으로 작가와 아내의 유년시절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을 한 화면에 응축하여 표현했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오대천의 수달> 캔버스에 아크릴, 162X130cm, 2011



1980년대 후반 작가의 관심이 현실의 정치, 경제, 사회적 모순을 형상성 강한 회화를 통해 고발하는 것이었다면 이후의 작업은 보다 근본적이며 실천이 가능한 주변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변화하게 된다.
작품의 배경인 수항계곡은 한강의 상류로 밝은 물과 기괴한 암석이 만들어 낸 절경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작가는 그간 서식지 파괴, 수질오염 등의 환경문제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던 수달이 수항계곡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 현실을 화폭에 담았다.
드높은 하늘 위에 가느다랗게 떠 있는 구름은 수달을 상징한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한계령 12> 돌(청석) 위에 아크릴, 25X40X3cm, 2013


푸른 빛깔을 띠는 청석은 작가의 삶 주변에 산재한 가장 흔하고도 귀한 재료다.
그가 평창으로 이주 후 처음 선보였던 돌그림 연작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백석산 산자락과 계곡 등지에서 발견한 청석 위에 자연 풍경을 그리는 작업이다.
돌의 생김새를 따라 묘사된 정교한 필치는 산수 풍광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청심대> 캔버스에 아크릴, 먹, 89X130.3cm, 2017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는 우리나라의 산천을 뛰어난 필치와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사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삶의 터를 평창으로 옮긴 권용택은 두 대가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간과 역사를 초월하여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만나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그의 화면은 장르와 형식, 재료와 기법이 서로 넘다 들며 융합하는 하나의 세계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산위를 걷다 날다 5> 캔버스에 오일, 먹 97X195cm, 2017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산 위를 걷다 날다> 연작은 권용택의 호쾌한 화풍이 돋보이는 신작이다.
그간 산과 들에 스며있는 역사를 표현해 온 작가는 새로운 소재로 새를 등장시킨다.
작품 속 새들은 배경이 되는 지역을 상징하거나 신화적 동물인 삼족오(三足烏)를 의미한다.
그는 산과 들, 새의 몸짓을 통해 평화로운 자연의 순리와 이를 역행하는 현시대의 불안정한 역사를 담았다.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비치 브로슈어에서 발췌)



권용택 작가의 전시를 보면서, 작가 개인의 인생 1 모작, 2 모작, 3 모작을 알리는 구분점이 작품으로 분별될 수 있어서 얕게라도 어설프게라도, 한 사람의 작품의 생을 계획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자연과 사람을 읽는 깊은 눈을 가지고 있고, 시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그릴 때, 작가의 화풍이 더 멋있게 느껴졌다.
삶을 반영하지 않는 작품은 없다.
역사, 시대를 주로 하고 있지 않은, 제3세계의 공상 같은 작품도 그 시대를 살고 있는 개인의 생각과 의지가 반영된 것이고, 사회적 주제 의식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 또한 당연하다.
부지런히 깨어 있는 사람이 되어, 나 또한 나만의 주제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기를,
노력으로 성취되는 변화에 두려워하지 말기를 다짐했다.


'당신의 기억은 어떤 모양인가요' 기억의 조각을 형상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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