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상일지

그녀는 예뻤다(아주)

그리고 예쁠것이다

by 사막물고기





난 호불호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라 극히 좋아하는 사람도 드물고 싫어하는 사람도 그때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본인과 연결되지 않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좋고 싫음의 표현을 빠르고 가볍게 하는 편이다.


소위 말하는 '보이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기 때문에 멋진 외모로 호감을 사는 것도,

작은 실수 하나에도 호감을 잃게 되는 것도 일순간, 뻔하게 흘러간다.


어렸을 적에는 일거수 일투족 알고 싶었던 좋아하는 연예인도 있었고,

얼굴만 봐도 밉상스러웠던 연예인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TV 속 사람들은 결코 나와 만날 일 없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았고,

그만큼 관심도도 떨어져갔다.


그들 사생활 역시 관심도가 떨어져갔고, 그네들끼리의 웃고 떠드는 여타 토크 프로그램들도 흥미가 떨어졌다.


나와, 가족 외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추락하고 있었다.


알고 싶지 않은 게 많아진다는 건 가장 안전하고 쓸쓸한 홀로 섬에 갇히는 기분이다.


그 섬에서 영화나, 책, 드라마 같은 간접적 대인관계를 느끼며 극 속 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으로

미약하게 사람 구실을 해보려는 내 모습이 때때론 궁상맞기 그지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와중에 요즘 꽤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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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예뻤다 '인데, 좀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드라마 보다 극 중 ' 황정음 ' 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


그녀도 배우 생활 초반엔 연기 못하는 배우라는 평을 종종 들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손색없는 주연배우로 성장한 것이 참 멋있게 보였다.


극 중 '김혜진'의 못생김을 연기하기 위해 머리도 부스스한 삼각김밥 머리를 하고,

얼굴의 반을 홍조로 덮는 분장을 하는데 그 예쁜 여배우가 정말 못생겨 보일 때가 있어서 놀라웠다.


엄마는 앵앵거리는 발성이 듣기 싫다고 하지만, 나는 그 나름대로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 배우의 연기를 보면 나는 절대로 억지로라도 할 수 없는

특유의 선천적 밝음과 명랑함이 느껴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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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의 김혜진이라는 배역 성격이 그러하지만, 정말로 황정음이라는 배우가 그런 성격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이 그러하든, 아니든, 혹은 본인에게 잘 맞는 배역을 골라잡은 전략가이든, 어쨌든,

그녀 방식의 연기가 맘에 들었다.


' 너는 좀 무뚝뚝해, 애교가 없어, 싹싹하지 못해 ' 라며 받아온 치부들이

그녀 연기를 보고 웃는 사이에 그렇게 아프지 않게 느껴졌다.


과거에 빛났으나 지금은 별 볼일 없다며 의기소침해하면서도 열심히 사는 혜진(황정음)을 보면서

비슷한 이유들로 울었던 어렸던 마음들이 생각났다.


누구와 이어지든, 과거의 김혜진이 아닌 현재의 김혜진으로 충분히 사랑받고 빛날 수 있는 결말을 바란다.


지금보다는 조금 나았던 과거를 생각하며 ' 잘못 컸다 '라는 죄책감을 한 회 한 회 혜진의 씩씩함을 보며

지워 나가는 중이다.


혜진이는 예쁘고, 혜진이를 연기하는 황정음도 참 예쁘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는 중인 나도 예뻐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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