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필프리티 (I Feel PRETTY)
백미당이 바로 옆에 있어 자꾸만 가고 싶어지는 수원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아이필프리티를 보았다.
짧은 줄거리 소개 광고를 보았을 땐 하루 아침에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제일 예뻐 보이는 여자의 코믹 에피소드 같은 영화 일 줄 알았었다.
날씬하지 않은 여자가 자기애를 표출한다고 해서 개그의 소재가 되리라고 당연한것처럼 줄거리를 예상한 내 자신을 꼬집어 보게 해 준 영화였다.
하지만 또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전개 된 것도 아니었고 뚱뚱한 몸에 대한 본분(?)을 잊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르네의 모습을 희화화 시키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웃고 있으면서도 몇 장면은 씁쓸하게 했다.
외모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자신감과 행동이 달라진다고 해서 르네의 성공기처럼 우리 모두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 하진 못하겠다.
이 영화가 그나마 다양성을 존중하고 타인의 시선에 비교적 관대하다고 하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점을 흥미롭게 생각한다면 반대로 그런 미국에서도 예쁜여자 위주로 돌아가는데 외모 평가와 날카로운 시선이 가득한 한국사회에서는 르네보다 더하면 더 했을 차별이 난무하고 있음을 곱씹어 볼 수 있다.
그 많은 차별과 멸시 중 영화는 적당히 심각해지지 않을 몇 개만을 골라 희망적인 결말을 그린다.
뻔한 위로처럼 보이기도 흔한 자기암시법의 하나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자신감 있고 당당한 행동이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르네는 본래 유쾌함과 외향성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고 그녀의 친구들은 그에 비해 내향적인 편이었다.
자신감의 표출이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은 외출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기 치장에만 관심이 크고 화려하고 등등등의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 자기 주장에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졌음 좋겠다.
자신감과 자기애에도 ‘적당함’이 필요할 것이다.
르네의 전과 다른 배려 없는 행동에 상처 받은 주변인들의 갈등으로 경종을 알리면서 뭐 어쨌든 보기 좋은 포장으로 주섬주섬 쌓아 올리듯 영화는 마무리 되었다.
외모에 대한 걱정,불만족에서 오는 자기 비하, 자존감 하락 이런 것들이 내 일평생을 좀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면서도 무 자르듯 단박에 싹뚝 떨쳐버리지도 못했다.
모두의 우주 속에는 먼지보다 작은 존재겠지만 나의 우주안에서는 내가 전부여야 할 혼란속에서 도를 알고 때를 알 듯 나라는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번씩 과도하게 작아져 있고, 움츠려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사는 것을 깨닫기 위해 르네와 같은 인물을 만날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고 확신에 대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나는 이렇게 태어났고 충분히 아름답다는 신념.
아름다움에 대한 범위를 단순히 외적 생김새에 규정시키면 더 아름답게 자신을 가꿀 기회를 잃는 것이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향한 발전가능성 있는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 너무도 당연히 좋지 않을까 ?
한창때의 청춘을 지나가는 것이 이제는 마냥 서글프지만은 않은 건, 조금은 내 생긴 모습을 인정해주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아주 쬐끔은 관대해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빨리 살을 빼야 하고, 예뻐보이는 노하우를 터득하기 위해 어울리지도 않는 노력들은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다.
천천히 하나씩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무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이 무렵의 내 나이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사랑을 받기 위해 본 모습은 지우고 상대에 맞춰 다시 재조립된 모습들로 살아왔었다.
그 사람들은 떠나고 나 또한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당당하고 뻔뻔하게 협상테이블에 올라가고 싶다.
가능성이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