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친구 만나기
랜선(인터넷)으로만 알아오던 친구를 만났다.
중학생 때 알았던 것 같은데 새파랗던 20대 시절은 다 보내고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
항상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면, 만나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고 되려 인터넷 친구는 얼굴 볼 일 없는 친구로 규정해두니 이런저런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서 만나지 않던 그 편도 나름 좋았었다.
그러다 각자 바쁜 일상 속에 어쩌다 한 번씩 안부를 묻고 지나가면 그래도 다행이었을 정도로 우리는 현세의 삶에 치중하여 살아야 할 책임이 있는 어른이 되었다.
B는 아예 연락처가 없어져 버렸고 M은 연락처만 있는 친구였다.
M과 먼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B소식도 묻게 되었고 만나는 김에 같이 보자 하니 그 밤에 우리가 있는 곳까지 와주었다.
혹시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예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M이 워낙 사교성이 좋아 중간에서 재간을 잘 떨어주는 덕으로 약간의 긴장은 풀렸다.
그들이 상상하던 친구의 모습이 내가 아닐 수도 있다.
실망할 수도, 생각보다 재미없는 애였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한 이유가 타인의 평가에 의식을 아니할 수 없기 때문에 도무지 그런 평가에 무던 해지지 않아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에서야 그까짓 거 뭐 괜찮아! 하며 없던 용기가 생겼다거나 갑작스럽게 의연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시도해보지 않아 깨지고 부딪치며 자랄 수 있는 마음의 여분을 미루지 말자라는 생각은 들었다.
모든 사람이 날 마음에 들어 할 수 없다.
오히려 그렇게 바라는 게 불가능을 염원하는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렇다면 날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과 냉대에 좀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아! 물론 심신이 지칠 정도의 훈련은 독이 되겠다.
그저 가끔씩 다음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는 소원한 만남의 결말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훌쩍대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