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없지만 발견 하나
내 동생은 우습게도 혈액형 신봉자다.
왜 우습다는 표현이 절로 붙여졌는가 하면
내가 생각하는 동생은
혈액형, 별자리, 탄생석 등등등 사람의 성격을 재미 삼아,
혹은 관심의 노력을 기울이기 위한 대상으로 규정하는
분류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자신의 연애운을 점쳐 볼 거란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순수한 성품이 아니다.
나는 오형이고 동생은 에이형인데
종종 내게 오형 여자의 심리를 물어보며 연애상담을 청할 때가 있다.
" 누나! 오형 여자가 막상 약속은 잡지 않고, 만나자는 말도 안 하면 어떤 속마음인 거야? "
그 어떤 속마음에 대한 내 방식의 진실은 말해주지 않는다.
동생을 지겹도록 증오하지만, 여자한테 상처 받는 건 또 안쓰럽다.
아니, 한편으로는 그 애도 정석적인 사랑의 기쁨과 구원을 받아
지금보다는 달라진 인간으로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괴팍한 맹견이라 유기하기로 마음먹고 강아지를 데리고 나갔다가 버려두고 오면 쫄랑쫄랑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또 언젠가 또 물릴걸 알면서도 쓰다듬어 주고 싶다며 손을 내민다.
그렇게 마음의 목줄을 바깥으로 끌고 전봇대에 묶어두다가 다시 집안으로 끌고 들어와야 할 것 같은 게
그 애, 동생이다.
무튼, 혈액형 얘기를 할 때마다 반사적으로 순간 드는 생각은
아, 제발 나이 서른둘이나 먹고 사람 유형을 고작 다섯 손가락도 더 접히지 않는 가짓수로 분류하는 것도
설상 믿더라도 어디 가서 조금의 흥미만 있는 척하기를 말해주고 싶지만
역시 입을 다무는 게 습관이라 그래 나 듣고 있다 정도만 반응해준다.
아, 그런 거 물을 시간에 엄마와 내게 준 안하무인 했던 상처들 중 아주 조금만큼이라도 먼저 알아챌 순 없는 걸까 씩씩대다 보면
그나마 응응, 듣는 척하는 대답도 비협조적이거나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신에게 상처 준 오형 옛 애인과 함께 ' 오형 여자들은 이런 게 뭣 같다'며 같이 도마 위에 올려져 잘근잘근 씹힌다.
그 애의 단순하고도 맹목적인 혈액형 믿음에 확신을 보태는 것은 누구인가, 무엇인가, 어떤 일인가.
덧붙여 확장되는 혈액형별 대인관계의 세계관이 가관이라는 장대함으로 완성되어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입이 쩍 벌어졌다.
(오형 남자는 기회주의자들이고, 같이 일하기에 맞지 않다 라며)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는 것도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지름길이 될 수 있나? 잠깐 고민하다가 편하게 산다는 사람의 분노가 동생 같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이해할 수도 없고, 나조차도 이해받을 수도 없는 평행선 위의 남매지만
그 애가 편하고 둔하게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림출처 : https://www.instagram.com/alexgamsujenk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