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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an 09. 2019

동글이 언니

동글이가 뭐가 불안한지 집안에서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막상 안아주거나 옆에 앉혀놓으면 슬금슬금 멀어지면서 말이다.

그래도 자기가 보이는 시선 안에는 내가 보여야 되겠는지 어제는 화장실 안까지 따라 들어와서

오도카니 등을 돌리고 앉아있었다.

고 자그마하고 동실한 어깨와 등이 너무나 귀엽고 안쓰러워 꼭 안아주고 싶게 만든다.

개들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처럼 유약하고 외롭고 이기적인 사람들은 강아지 입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기보다는

사람의 입장에 비추어 쓸데없는 감상과 사족을 덧붙여 생각한다.

어쩌면 나의 그늘과 음울을 알아봐 주고 곁에 있어주려는 게 아닌가 하며 눈물이 핑 돌다가

집에 빨리빨리 귀가하지 않는 엄마 때문에 동글이가 외로워하는 거라고 핑계를 대며 하소연한다.

내가 아니라 요 어린 생명체가 쓸쓸해한다고.

충분히 가엽지 않냐고.


우리 동글이는 너무나 점잖은 양반 강아지고

나는 갈수록 어리광이 부리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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