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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Sep 02. 2019

중소기업 직원 출신

사람들은 특정 집단을 그룹화하여 전체 문제인 것처럼 부풀리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남자, 여자, 미혼, 기혼 각 사회 집단 등등


사람 개개인의 문제가 정확히 맞는 말이겠지만 특정 소속 집단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보편화 시켜

싸잡아 매면서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는 일들이 만연해 있었다.


그래서 그런 말들을 경계하고 현혹되지 않고자 노력했다.


친구는 자신이 여태껏 만나온 사람들을 출신 지역으로 갈라 어느 지역 출신 남자들은 이기적이며

어느 지역 출신의 사람들은 말이 안 통한다는 둥 자신의 경험으로 쌓은 표본을 대상화시켰다.


아빠와 남동생에게도 종종 들었던 소리라 왜 그 지역의 출신인들이 그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했는지 안타깝다가도

표본 수집자인 그들에겐 전혀 문제가 없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가까운 사람이라고 마냥 편들어 줄 수 없는 그들의 아집과 결핍이 내 눈에는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겪어온 세상에서 소수 출신 지역 사람에게 절대적인 고통을 받았다면 항변의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모쪼록 그들의 통념이 깨질 난 놈 몇 명이 그들 삶에 나타나기를 바라면서 나 또한 편협에 갇혀 있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중소기업을 좆소기업으로 폄하하는 말과 사회 인식 속에 내가 거치는 좆소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걸 느낄 때,


첫째로 집단에 살아남지 못한 나의 나약한 정신력과 유난스러움을 탓했고

둘째로 또다시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할 적엔 아 나란 년은 사회의 악이오. 부적응자로 도태되어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걸까 싶어

셋째로 더 한스럽게 나 자신을 탓했다.


친구에게 우스갯소리로 징징거렸다.


어쩜 고르는 직장마다 폭탄만 골라잡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작년 나의 좆소기업은 대표가 수시로 사람을 해고하는 곳이었고

올해 나의 좆소기업은 2년을 넘게 다닌 직원들이 없는 곳이다.


친구는 올바르지 못한 기업의 파이가 큰 탓이라며 위로해주었는데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점점 팔리지 않는 산업인력이 된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기 때문에

하나둘 꼬리표처럼 찍힌 ' 반품 ' 딱지가 곧 나인걸 고려하면 그다지 위로는 되지 않았다.


반품 상품이 팔리려면 덤핑 세일을 하던가, 끼워주는 추가 구성 상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더 깎을 수 있는 연봉이었다면 차라리 좋겠다.

추가 구성상품으로 나 이것도 할 줄 알고, 저것도 할 줄 안다며 당장에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특기가 있었다면 좋겠다.


나도 나의 소중한 일터를 저질단어로 폄하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있어 보이기에만 치중하고 말 꼬투리만 잡다가 기, 승, 전 ' 다음에는 명확한 표현을 써달라 ' 고 자신의 실수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

상사의 태도를 볼 때면 지금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거야? 물으며 꿀밤을 때려주고 싶다.


일요일 오후 정도부터 고개를 쳐들던 출근의 압박, 밀려있는 업무가 주는 답답함, 자기가 국어선생이라도 되는 냥 말투와 표현의 명확함을 매번 꼬집고 넘어가는 상사에게 부아가 치미는 마음이


금요일 퇴근 직후부터 숨통을 조이는 주기로 바뀌고 있었다.


내가 병들어 죽을때 병명과 사유에 회사이름과 원인제공자 이름이 박혀 있으면 좋겠다.


이 한 몸 희생하여, 못버티는건 니들탓이라는 오너에게 ' 아니 사실은 니 탓이 가장 커 ' 라고 증명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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