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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Aug 28. 2019

다짐 하나

엄마를 근 삼일만에 만났다.

엄마의 야간근무가 길어지면 한집에 살지만 만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든 사람 자리는 몰라도 난 사람 자리는 표가 난다는 옛말처럼 사람이 있다가 사라진 공간은 적적함이 감돈다.

엄마는 나와, 내 동생 때문에 우리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결혼생활을 참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이 전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내 삶이 고단하고 회의감이 찾아오는데 누군가로 그게 참아질 수 있을까,
미뤄둘 수 있는 문제일까 싶었다.

하지만 요즘은 나 아닌 사람의 존재로 삶의 원동력을 얻기도 하고 참아지는 순간이 올 때도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나의 몸과 영혼의 주인은 나지만 주인장 마음대로 짧게 생각하고 옮긴 행동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있고
그로 인해 실망감과 괴로움이 다시 나에게 전달된다면 결국 내 마음이 힘들 것이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모진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기대한 상황과 어그러뜨리는 순간은 늘 찾아온다.

오해와 각자의 어두운 감정을 풀어가는 게 어쩌면 더 현실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 된다고 믿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면 그 누구를 해칠 수도, 해쳐질 수도 없을 것이다.

고립은 최후의 선택이 될 수 있으나 최선은 아니다.

최선을 향한 가치를 지켜내자.

그게 오늘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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