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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Oct 07. 2019

영양제를 챙겨먹는다는 것은


아침에는 유산균1포와 비오딘1알,루테인1알,프로폴리스1알을 먹는다.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와 프리바이오틱스(유산균먹이)를 번갈아 가며 먹는다.


그러니까 프로바이오틱스 구매분을 다 먹으면 다음엔 프리바이오틱스를 먹는 식인데 2개 같이 먹을때가 배변활동, 속편함에는 효과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비오딘은 작년 초 부터 머리털이 급격하게 빠져 이러다 M자 탈모로 시작된 가가멜이 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먹기 시작했다.


다리털과 손톱은 확실히 쑥쑥 자라는 것 같지만 정작 돋아주어야 할 머리털의 효과는 글쎄다.


눈건강에 좋다는 루테인과 면역력 증진에 좋다는 프로폴리스는 엄마가 먹고 남은 것을 먹는중이다.


엄마는 약의 가짓수를 늘려보기도 하고 줄여보기도  하며 몸의 반응을 테스트 할 때가 있는데 그 과정중 선택받지 못한 2가지가 내 차지가 되었다.




저녁엔 홍삼진액과 센시아1알,보스웰리아 1알을 먹는다.



아! 보스웰리아도 엄마가 남긴 선택받지 못한 영양제 중 하나다.


마침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한 내 차지가 되었다.


센시아는 하지정맥이 있어 다리가 붓고 뻐근한게 상이라 1년째 먹고 있는데 어떤날은 좀 개운한 것 같다가 또 어떤날은 먹으니 안먹으니 모를 날들인데 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삼 진액은 제발 체력좀 올려보자며 엄마가 사줬다.


평일은 눈뜨면 무의식적으로 포장된 약을 톡톡 까대고 알약을 쏙쏙 빼내면서 알차게 챙겨먹지만 문제는 휴일날 늦잠을 자고 뒹굴거리느라 약먹는 일과가 자연스럽게 생략된다.


약먹는 일 뿐이겠는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와 이성의 끈이 탁 끊어지면 모든 긴장감과 의무에서 해방되는 것만 같다.


그래서 평소에 잘 지켜왔던 좋은 습관 (ex : 신문기사 읽기, 수필읽기, 자기 계발 채널의 유튜브 보기 등등)은 출근 가방안에 쳐박혀지고 한없이 게으르고 방탕해 진다.


다시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이면 영양제도 포장제를 탈출해 목구멍으로 들어올 준비를 한다.


제3군의 마라톤 선수가 된 기분일때가 있다.


(마라톤의 마자도 모르면서 말이다)


씁쓸한 패배감에 절여질대로 절여진 뛸 준비만 반복하는 마라토너.


모두가 등을 보이고 월요일부터 일요일의 거리를 자기 속도로 완주하는데 3군의 나 김선수는 금요일 쯤 풀썩 주저 앉아 버리고 마는 것이다.




약을 삼키는 요일은 그래도 출발선에 서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꿀떡꿀떡 언젠가 어디에 효능을 발휘할 지 모를 막연한 대감을 삼키며 짧고도 숨가쁜 코스를 살아가고 있다.


영양제를 먹는 일은 하루를 시작하고 닫는 김선수만의 의식이자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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