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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Feb 04. 2020

견공 향선생

가평에 있는 펜션에 다녀왔다.

아직 푸르름이 찾아오지 않아 여윈 가지들로 돋쳐진 축령산을 등에 끼고

얕은 개울가의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는 경치가 ' 너 자연에 있소 '라고 속삭여주는 것 같았다.


벌써 2월이 시작되고 있었다.


2019년이 저물어 간다고 아쉬워 했고 벌써 2020년이 시작되었다며 얼떨떨해하는 사이 2월이 되었고

곧 봄을 알릴 준비가 되었다는 예고라도 받은 듯 엄숙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펜션에 막 도착해 짐을 풀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복실복실한 강아지를 만났다.



멀리서도 밝은 갈빛의 눈동자가 느껴질만큼 옅은 호박색 눈을 가진 강아지였다.


그 눈이 꼭 자기 좀 만나고 가라며 부르는것 같았다.


4키로가 채 되지 않은 작은 강아지를 키웠다보니 그만한 덩치의 강아지는 곧 잘 손을 내밀게 되지만

그보다 큰 강아지를 만나면 마지막 한발자국 다가서는게 망설여진다.


엄마는 그런적이 없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 손목까지 개의 입속에 담겼다 나온 기시감을 느낀다.


무튼 거리를 두고 호박색 눈동자 복실이를 지켜보는데,

비,눈,햇볕을 피할 수 있을만큼 넓은 지붕이 집 위를 덮어주고 있었지만 매달린 밥그릇은 더러웠고

털도 많이 엉켜 있었다.


무엇보다 짧게 매여진 줄이 오종종 몇발자국 다니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만큼 짤막해서 안타까웠다.


숨을 쉬는게 거칠어 보였다.


함께 펜션에 온 지인은 강아지 목줄이 너무 조여 있는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을 낑낑대다가 목줄을 한칸 더 넓은쪽으로 옮겨주었다.


내가 복실이를 경계하는 사이에 언젠가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강아지와 함께 살고픈 로망을 가진 지인분은

복실이가 굉장히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일러주었다.



그 사람의 손길을 타며 헤벌쭉해 있는 복실이를 보니 한발자국을 허물고 가까이 다가가 털을 빗겨 줄수 있었다.


지붕에 가위, 털이 놓여있었고, 복실이 상태를 보니 털이 잘 엉키는 특징을 가진것 같았다.


복실이 목에 채워진 목줄이 너무 세게 조여져 있는것을 빼곤 주인의 손길이 다녀간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넓혀진 목줄이 편안했는지 숨쉬는것도 한결 편안해보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가져다 준 고기를 뚝딱 해치우고 사람이 가까이 올때마다 꼬리를 살랑대며 입을 헤 ~ 벌리는 복실이는 과연 주인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일까 걱정되었다.


그러면서 마음과는 다르게 고기도, 술도 잘먹고 잠도 잘잤다.



다음날 아침 복실이는 펜션 앞마당을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다.


게다가 그 전날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이름표가 강아지 집에 붙어 있었다.


작은 목줄에 묶여 처량해보이던 복실이는 자연을 벗삼아 실컷 뛰놀고 있는 향기라는 강아지가 되어 있었다.


섣부른 연민과 감상에 빠져 누군가의 불행을 또는 행복을 속단하지 말지어다.


토실토실한 향기가 그렇게 말해주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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