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산책

by 사막물고기




이만하면 추워질 때쯤 됐는데, 아직도 가을인 것 같다.


추우면 또 춥다고 찡얼거릴 테지만, 작년 이맘때의 평년기온에 근접하지 않은듯한 기이 감은 묘한 불안을 준다.


점심을 먹고 , 근처 중앙공원을 산책하러 나왔더니

단풍은 이미 지고, 거리에 바스락 거리며 나뒹굴고 있음에도 아직 날씨는,

적당히 스산한 바람이 불면서 쾌적하다.


하늘은 더 깊은 코발트 색으로 가까워지고 습기 낮은 메마른 바람이 가볍게 볼과 머리를 때린다.


반은 젖고 반은 젖지 않은 낙엽이불이 발에 차이면서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우리 동글이를 빼다 박은 시츄가 아장 대고, 엄마손을 잡던 아가의 발걸음이 기우뚱하다 바닥에 무릎을 찧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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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했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엄마에게 전화를 해 한동안 소원해져 있던 틈을 어떻게 채워볼 말이 있을까?

어떤 넉살을 떨어야 하나.. 하는 부대끼는 생각들을 밥알과 함께 퍼먹고 있었다.


밥을 먹고도 밍숭 맹숭한 속에 목적은 커피를 사러 가잔거였지만 나간 김에 둘러본

이삽십여분의 산책길에서 자작 자작 솟아났던 껄끄러운 마음들을 눌러 담을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아주겠지, 우린 가까운 사이니까 물 흐르듯 풀리겠지라는 건

기적과도 같은 오만이었다.


곤란하지만 내 마음과 상황들을 말했어야 하고, 피하고 싶지만, 들어도 의뭉스러웠겠지만

듣고 이해하려 애썼어야 했다.


하루 이틀 꼬박 꼬박 시간을 챙겨 먹으면서 계절의 변화나, 주변 환경의 변화에는

유난스레 감흥에 젖으면서 함께 시간을 챙겨먹는

주변 식솔들에겐 점점 무심해지는 게 느껴졌다.


참 쌀쌀맞아졌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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