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막물고기 Jun 08. 2020

계절, 처음 초

무더위가 찾아오고 있다.


예전엔 계절의 냄새를 곧잘 맡을 줄 알았고, 씰룩대며 후각에 집중하는 강아지의 코처럼 계절의 초입을 신선하게 느낄 수 있었다.


봄의 입구는 달큰하면서도 나른한 향이 났었다.


여름의 문턱엔 일렁이는 초목과 알싸한 매연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주로 퇴근길, 하루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피곤함이 취기처럼 오르면 그래도 누군가 보고 싶어졌고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 그 누구의 소매끝을 살짝 잡아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발걸음을 맞춰 골목을 쏘다니고 싶다.


나란히 마주 보는 풍경으로 소회를 나누고 그보다 더 보고 싶은건 사람의 옆얼굴이었다.


살짝 스치는 팔, 슬쩍 슬쩍 내려다 보이는 신발의 둥근 앞코 같은 피사체가 그리워진다.


조심히, 잘 들어가라는 인사를 나누고 돌아선 뒷모습을 너 몰래 한번 더 아니 두번 더 뒤돌아본다.


비대칭으로 닳아있는 뒷굽, 촘촘히 베어나온 등판의 옅은 땀, 가방을 주섬거리며 핸드폰을 찾는 뒷모습을 찬찬히 기억해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A의 한구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