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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ul 22. 2020

과장님의 바가지

과장님과 퇴근 후 짬뽕에 생맥주를 마셨다.


얼큰하게 졸여진 국물에 조물조물 뭉그러뜨린 주먹밥을 국물에 적셔 짭짤한 맛을 즐기니, 울화로 뭉쳐진 속이

찐뜩하게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회사에서 실수가 잦아 쪼그라들때로 쪼그라진 내 모습이 짭쪼름한 국물맛과 비슷할까


과장님은 나의 구겨진 흔적을 차곡차곡 펴주는 말들을 해주었다.


이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제대로 시도하고 도전해본 경험 없이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른직장에 가게 되더라도 배운걸 활용해볼 수 있을 정도로는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


적의 없는 호의가 그 마음이 너무나 감사했다.


나는 누군가의 그늘을 돌아보며 챙겨준 적이 있었던가.

함께하지 못하는 앞일을 돌봐주려 한 적이 있었던가.


고작 나하나의 삶도 버거워 비틀 거리고 있을 때, 가만히 손가락 하나 정도의 체온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산뜻한 다정함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함께 일하는 공간이지만 내 몫의 책임과 실패에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음침한 우물안에 누군가 물을 퍼주러 바가지가 내려왔다.


반갑기 그지 없었지만 서툴고 부족하며, 뾰족한 자기 방어에 못내 감사함이 제대로 전달됬을런지 또 걱정이다.


물을 길어올려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우물로 내려가는 바가지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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