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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ul 30. 2020

장마라 원룸이 생각난다.

며칠째 계속 비가 오고 있다. 공기 중에 수분이 들어찰대로 꽉 차버린 것인지 눅눅함이 쌓여가는 느낌이다.


아직 음력상으론 한 여름이 아니기 때문에 불볕 더위는 아직이라지만 대체 얼마나 쟁쟁한 더위가 토해지려 웅크리고 있는 것인지 괜한 두려움이 앞선다.


먼저 매를 맡고 홀가분해지고 싶듯, 기상청이 예견하는 삼복더위를 맞이하고 여름날은 어서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정말 말도 못하게 더웠다던 3년전쯤의 여름이 떠오른다.


망포동쪽에서 혼자 자취를 할 때였고 직장은 분당쪽으로 다닐때였다.


늦은 퇴근길, 기나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건너가는 육교에 다다르면 하루의 날씨에 따라 발걸음의 무게가 달라졌었다.


그맘때 그 언저리쯤 육교를 건너며 차도를 내려다 볼 적에 습하디 못해 꽉 차오른 물안개를 본 적이 있다.


더운건 두말할 것도 없었고 끈끈한 땀으로 우수수 젖어가는 몸뚱이가 소금에 절여져 곧 가마솥으로 던져질 고깃덩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건 6평남짓한 작은 원룸에서 에어컨을 펑펑 틀어댈 수 있었다.


그 다음해도 숨막히게 더웠고 엄마집에서 주로 지냈지만 동생과 에어컨을 쐬러 원룸으로 종종 갔다.


원룸, 내 공간이 요긴하고 아늑했던건 그 2년의 더위 뿐이었다.


독립이라고 했지만 원룸은 비워둔 채로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먹고, 자기를 반복했고 2년 계약 말미쯤엔 엄마집과 가까운 회사에 취직해 더더욱 원룸으로 돌아갈 일이 적었다.


동생의 일방적인 분풀이식 분노를 참기가 힘들 때면 도망치는 대피처로 사용하곤 했다.


작디 작았지만 누군가의 간섭과 방해가 없는 공간이 소중했고 아직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좁은 이 공간에 숨이 막힐 때가 더 많았다.


나를 죽이고 살린 2년의 원룸살이였다.


극단적인 물음으로 작은방에 살래, 가족과 함께 있을래라고 물어 그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혼자 지내는것을 제일 편안해 하지만 홀로 잘 살 수 있는 인간은 아니었던것 같다.


이상적 바람은 엄마와 가까운 곳에 15-6평 정도 되는 분리된 공간에서 지내보는 것이다.


서로 적당히 간섭할 수 있지만 삶은 섞이지 않을 각자의 공간에서.


이제는 사라진 나의 공간, 나의 원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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