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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Nov 18. 2020

스스로 어른이가 됩시다 너도 나도

한 번씩  회의감이 든다.


역시 사람은 전보다 가까워졌다고 느낄 즈음 친분을 무기로 무례한 요구를 해오는 건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겪게 된다.


이번에 특별히 신선하면서도 다소 어이없던 것은 내가 그 무례함을 인내한 상대가 평소 사람들과의 적절한 거리, 선 지킴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참, 자신들의 모습을 잘 모르고 산다 싶다.


아, 그건 나도 물론 마찬가지다.


나는 감정을 잘 숨기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가까운 엄마, 친구들이 한 번씩 하는 얘기론 얼굴에 여실히 드러난다고 했다.


여실히에 대한 표현이 억울한 면도 있어 해명해보자면, 실은 최대한 꽁꽁 눌러 담고 참아내다가 비집고 여남은 감정이 얼굴에 묻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 한들, 그들이 보는 난 의외로 화가 많은 인물이구나 하는 득 될 것 없는 평판일 것 같아 아 그렇구나 하고 만다.


누군가 자신에 대해 어쨌다, 저쨌다 그럴 거 같아 보인다 말하면 꼭 꼬집어 고쳐주고 싶은 것 외엔 아 그렇구나 하고 말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스로의 모습과 감정도 완벽하게 안다고도 확신할수도 없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겉치레나 부분적인 말과 행동만으로 아는 척하는 건 눈감고 코끼리 코 만지는 격이 될 것이다.



평소 정중한 말투와 사근한 붙임성으로 다가왔던 상사는 ~~~ 님이라고 깍듯한 호칭을 부르면서 결국 자기가 하기 싫은 귀찮은 일을 던진다.


개별 심부름꾼으로 고용한 게 아니라면 자신이 직접 처리하는 게 순서인 일을 사후처리로 넘기고 부탁하는 말로 위장한다.


알게 모르게가 아니라 거의 모르게 그녀가 진작에 처리했어야 하는 일이 그렇지 못해 밀려와도 알아서 봉해주었고 부러 말하기도 약소한 것들이라 덮어두고 처리만 해주었다.


그래서, 본인 일의 누수를 몰랐었기 때문에 하나쯤 넘겨도 될 것이라 생각한 건지 모르겠는데 자기가 똥 쌀 때 휴지로 잘 닦고 끝내면 될 일을 혹시 응아가 한번 더 삐져나오면 그땐 네가 닦아줘 하는 수준이었다.


구린 비유라 쓰면서도 역겹고 혹 읽게 될 분들의 눈을 괴롭혀 죄송스러우나 열 받는 직장 내 일화는 원초적 비유라야 풀어지는 면이 있다.


아.. 귀가 간지럽다.


흔쾌히 알겠다고 말하지 않은 나는 또 얼마나 짜증 나는 직원이란 말인가.


아무리 세련되게 '이건 선을 넘으신 것 같은데요'라는 의사를 전달했어도 원하는 일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건 피차 불편하고 데면데면해질 뿐이다.


그러니 회사 안에서 일을 주고받는 관계가 얼마나 상호 협력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선 늘 물음표를 띄워둘 수밖에 없다.


그저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는 모 학습지의 CM송을 주기문처럼 읊조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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