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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un 09. 2021

예민하면 물건을 잘 살 수 있을까

' 예민한 편이니 꼼꼼하게 검수해주세요 '


배송 메시지 칸에 엄포 혹은 당부의 말을 적어두는 메시지들을 종종 만난다.


예민함은 소비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는가 ?


대부분이 메이드인 차이나 공산품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중국산 제품이라고 걸러 사려고 하면 아무것도 살게 없을 정도로 제조업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싸게, 빨리, 많이 만드는것을 목표로 하는 그 쪽 공장 생태계에서 의뢰업체쪽으로 옛다 너네거다 가져가라 하고 넘기면 그만이고 상품 질에 대한 개선사항, 후속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어느정도냐면, 제품 색상은 파란색인데 분홍색이라고 표기된 박스에 몇백개씩 넣어져 있는 것은 건수를 세기도 입아플 정도로 흔하고,

더러운 것은 물론, 부품 색상이나 사양 변경도 고지 없이 멋대로다.


될대로 되란 식의 막무가내 공장은 수주업체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폐업이 되거나, 당국의 철퇴를 맞고 엄중한 벌을 좀 받았으면 좋겠는데

자국민이 먹을 음식에도 장난질을 치는 나라에서, 상식선의 관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제조공장쪽으로 물건을 사지도 말고, 소비자한테 팔지도 말았으면 좋겠는데


국내 많은 업체들은 마진 남겨먹기 식으로 싸게 들여와 이윤을 붙여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로 회사를 꾸리고 있다.


공장쪽을 믿지 못한다면, 소비자에게 물건이 나가기 전, 국내에서 검수를 하거나 2차 관리가 좀 되었으면 하는데 이런 바람들도 뾰족한 해답책은 아니다.


우선 국내 2차검수가 된다면 그 인력과 비용은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똑같은 제품이 온라인 시장에서 판매된다면 결국 싼 가격이 경쟁력을 얻기 때문에 아무리 우리 회사는 철처한 상품 관리를 합니다라고 전략을 내세워도 소비자는 싸게 사는 것이 최고라, 밀려날 수 밖에 없다.


둘째 제품을 임의로 개봉 후 고객에게 상품이 발송된다고 하면, 아무리 검수를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도 교환된 제품을 재포장해서 보낸 것이 아니냐, 반품 들어온 제품을 다시 보낸것 아니냐 하는 의심을 받는다.


어쩌면, 고객이 받은 더럽고 형편없는 그 상태 그대로가 공장에서 들여온 그대로를 보낸 가장 신선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교환, 반품 제품을 다시 보낸다고 하면 사람의 심리상 어쨌든 그 흔적을 최대한 지우기 위해 적어도 깨끗하게 닦아서는 보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가 가격비교 검색을 통해 최대한 저렴하게 사려는 제품들은, 인력 충원이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빠져 있는 가격이므로,


제품 오염, 만족도가 떨어지는 상품을 수령 받는 리스크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러기 싫다고 ?


그래서 예민하기 때문에 확인을 부탁하는 말을 남겨보겠다고 ?


한꺼번에 주문 수집 후, 몇백장의 송장이 출력되고 일괄적으로 상품에 붙여져 출고되는 시스템이 아마 대부분의 온라인 업체일텐데 배송메시지의 남겨진 말, 문의 게시판에 당부하는 말로 그 몇개의 주문건 송장을 따로 빼서 제품을 개봉해서, 일일이 확인 후 다시 재포장해서 보내주는 업체가 얼마나 될 수 있을까.


받은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깔끔하게 교환 반품으로 신청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신이 예민한 사람이니까 특별히 신경써달라는 말은, 알아서 모셔달라는 예의없는 부탁처럼 느껴진다.


알아서 모셔줄 것 같지만 그렇게 굴러가지도 못할 뿐더러, 대우를 바라겠지만 스스로를 옥죄는 차별의 말이 될수도 있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기업, 올바른 기업정신을 추구하는 기업은 소위 돈쭐을 내준다고 한다.


반대로 제조공장 관리도 되지 않으면서, 뽑기 운빨로 고객에게 이해를 바라며 팔면 그만이라는 업체들은 반품쭐을 내주었으면 한다.


대체 상품이 왜그러냐,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감정적인 말을 주고 받는다고 해서 화가 풀릴것도 아니지 않은가.


회사 직원들은, 대신하여 사과와 유감을 표시해줄 순 있어도 딱 그 정도 뿐이다.


우리 모두는 소비자이면서도, 상품을 공급하는 쪽의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예민함의 가시를 내세우는 소비자 입장 사이에서 과연 누가 옳고 그르며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다고


선을 가를 수 있을까.



혼란스러운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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