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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ul 27. 2021

나의 지하철 동지

사람은 경험에 의존하고, 취향을 답사하며, 익숙함을 친애하는 동물임을 느낀다ㆍ

분당으로, 가산으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했고 출퇴근 지옥은 수도권 어디쯤일때 녹록하겠냐만은 그 두곳은 유독 혼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ㆍ

인파를 피해 숨이라도 제대로 쉬고 가고플때는 새벽에서 아침녘으로 바뀐지 얼마되지 않은 싱싱한 일곱시 갓넘은 시각에는 주섬주섬 집에서 나와야 했다ㆍ

그때의 습관으로 반강제적인 아침형 인간이 되었을수도 있다ㆍ

태생이 빠릿빠릿하지 못하면서 쓸데없이 예민한 인간이라 쫓기는 기분을 견디지 못한다ㆍ

장거리 지하철 출퇴근은 끝났고 한번의 버스만 타도 되는 비교적 수월한 길을 다음의 직장부터 가질수 있었다ㆍ

허기를 채우며 차곡차곡 배안의 곡식을 쌓고, 세월아 네월아 노래를 부르며 화장대앞에서 게으름을 피운다ㆍ

약간의 여유가 더 주어진다면 엄마와 밀린 수다를 떨면서 베란다 화분의 이름을 외운척 하고 관심을 쓰고 있다고 거드름을 피운다ㆍ

번뜩이는 재치나 센스따윈 없기 때문에 내가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재주는 잔뜩 허풍을 부렸다가 허풍선을 탁 터뜨릴수 있는 바늘을 상대에게 쥐어줄때다ㆍ

(이렇게 말하면 전략적 개그 구도를 짠것처럼 보이지만 이 마저도 결국은 백치미와 한끗 차이도 나지 않을 것이다ㆍ)

무튼 지하철이 떠난 아침은 감당할 수 있을만큼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ㆍ

줄어든 시간은 30분 정도였지만 아침의 30분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쳇바퀴를 굴릴때도 농담과 유머를 만들수도 있는 시간이었다ㆍ

회사가 이사를 했고, 지하철을 탈 수도 버스를 갈아타고 갈수도 있는 애매한 위치로 멀어져 버렸다ㆍ

고개를 푹 수그리고 휴대폰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난다ㆍ

잠시 잊고 있던 지옥철 출퇴근 동지를 보니 이상하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ㆍ

이 정도쯤 멀어졌다면 버스보단 지하철을 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든다ㆍ

분당과 서울을 향했던 고된 출퇴근 시간을 견디게 , 아니 못견딜 일상도 아니라며 참을 수 있었던건 묵묵히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군상에 위로를 받았던걸지 모른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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