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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사막물고기
Jul 21. 2021
어둠속에도 빛을 찾기를
나의 피붙이에게
우리집엔 노동을 하지 않는 구성원이 있다.
연년생이라고 하지만, 7살에 학교를 들어갔을 뿐 물리적인 나이는 2살차이인 남동생이다.
동생이 회사 생활은 한 적은 살아온 날을 모두 합해도 34살이 되기까지 3년이 되지 않을 것이다.
폴리텍 대학에서 선반 가공 기술을 배워 차석으로 졸업했고 관련 회사로 취업을 했었다.
우수사원으로 표창까지 받았었는데 그때쯤이 엄마가 동생에 대한 고민을 한 시름 놨던 시기였을 것이다.
이후에 고깃집 홀 매니저로 일 한것까지는 그래도 나 무슨일을 해 라고 전해들을 수 있었고, 그 이후부터는 도대체 무슨일을 하는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아는 지인을 통해 한다는 사업, 수익구조를 들어도 이게 합법적인 일이 맞는지 늘 의뭉스러움만 남겼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애가 한다는 일은 못미더웠다.
4대보험 세금을 떼고, 남들과 비슷하게 출퇴근 구조를 가진 직장은 홀대하는 오만함이 미웠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으로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노동 위에 1% 남다른 직관과 세상을 보는 눈으로 불로 소득을 창출하는 사람들의 얘기에 사로잡히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같은 사람들의 성공담 기반에는 그들만의 축적된 사회 경험과 노력이 있다는 과정은 자체 스킵하는 것 같았다.
어설픈 지식과 믿음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조언에 대해서는 귀를 닫는다.
언제부턴가 동생과 대화하는 모든 주제들이 껄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경제적, 사회적 지위는 하위 계층에 머물러 있으면서 기득권 계층이 바라는 정치성향을 흡수하는 것은 무슨 조화란 말인가.
상생,협력,인권보호,공동체 등의 타인과 어울려 가치를 나누는 일에는 일절 관심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듯 했다.
현재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비교우위 대상을 원한다고 하여 실제 부딪치고 깨져보지 않은 경험없이 올라설 수 있다는 믿음을 조심해야 한다.
서로의 의견과 다름의 가치를 존중해주는 대화가 형성된다는 믿음이 있으면 동생만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잘 없다.
집안을 유랑하는 거구의 뒷모습이 쓸쓸하고 짠해보일 때도 있다.
어쩌면 누구보다 쾌활하고, 의욕차게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벌어놓은 밑천이 없으면서 불로소득으로 일확을 꿈꾼다.
캥거루족,니트족,사토리세대 등등 젊은 계층을 지칭하는 까끌한 시대 용어들을 동생을 통해 새롭게 마주하고 있다.
누구도 타인에게 생활방식을 강요할 수 없다.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는 것이 동생의 숙제도 아닐 것이다.
다만 자기 방에 콕 박혀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유튜브를 보며 자기 세계에 갇혀 버리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동생의 발걸음이 집안, 소주를 사러 다녀오는 마트가 아니라 또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 여름의 싱그러움을 눈에 담으러 가는 길 등으로 확장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자신과 타인을 믿고,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고 아주 조금은 생각해봐주었으면 좋겠다.
땀 흘리고, 인내하는 노동의 가치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퇴근 길 어느 밤 가득한 구름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달을 보았다.
어둠 가득한 그 밤에도 구름을 헤치고 존재를 알린 달이 기특하고 감사했다.
그 달이 동생에게도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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