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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Aug 02. 2021

노래를 듣는다는것, 걷는다는것

로맨틱펀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스포티파이 데이터 분석에 따른 결과에 의하면 사람은 평균 33세부터 새로운 노래를 듣지 않는다고 한다.

낯선 음악을 접한 기성세대는 어린 시대가 듣는 노래로 가볍게 치부하기 쉽고,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을 다시 찾는 익숙함을 선호한다는 것.

새로운 노래를 등한시 하게 되는 이유가 모순이 아닐까 싶었던 순간의 생각은

현시대의 젊은 감각은 거북하고, 자신이 지나온 젊음을 뒤쫓아 가는 격처럼 느껴져 연구결과 자체가 유감스럽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래를 추억하고 회상하는 사람들의 공통적 정서는 내 젊은날을 우상한다기 보다,

노래 한곡이 불러오는 그 시절의 책갈피, 사진첩을 들춰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고, 옛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의 회고는 그시절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계절, 사람, 주변 풍경, 상황들이 이야기보따리로 술술 풀리는 경험을 한다.

어쩐지, 술과 노래 둘 중 하나도 없는 맨정신에서는 철저히 기억력에 의존한 과거 회귀를 시도하고 대부분 잘 기억나지 않기도 하거니와 더듬거리며 혼재한 기억을 분류하는 것에 지쳐 묻어두는 것이 속편하다는 결론을 낸다.

현재에 충실히 살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때때로 지나온 삶 속에서 어떤것은 성장했고, 어떤것은 버려졌는지 여물어가는 곡식의 낱알을 살피는 시간은 필요하다.

낱알 하나하나에 새로운 노래와 시간과 감정을 저장하면 지금보다 조금 늙은 내가 저장의 노래를 회상할때쯤엔 다시 옛노래를 찾아듣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꺼내 볼 씨앗이, 곧 추억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변치 않는다.


https://youtu.be/hAYCsod781w


저번주 목요일엔 로맨틱 펀치의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라는 노래를 들었다.

곡 발매일은 2017년 7월 노래로 만 4년이 지난 노래지만 나의 새로우면서도 취향발견 리스트에는 저번주로 업데이트 되었다.

노래 제목이 낯설지 않았던건 모리미 도미히코 일본 작가의 동명의 책을 봤었고, 또 같은 이름의 애니메이션도 있기 때문이다.

밤산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산책 갈래, 갈까, 가보자와 같은 권유형의 가사는 물론 좋아하고

다소 거친 종용의 말투 같은 이 제목도 신선하다고 느낀다.

노래의 가사는 동명의 책, 애니메이션 내용과는 연관이 없고 어쩌면 ' 오 뭐야 이 제목 매력있는데? ' 라는 정도의 호기심에서 정한 제목이 아닐까 유추해본다.

이 가사에서는 '같이 걷자'는 문장은 나오지 않는다.

이제 막 호감과 관심이 생긴 연정의 대상을 마음을 품고 조금씩 들뜨는 기분에 취해 밤거리를 비틀 거리는 1인분의 설레임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너도 나처럼 이 기분을 안고 봄 밤에 취해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각자 따로 또 마음속에선 같이 걷는 밤이 사랑스러워 어쩔줄 모를 것 같은 흥이 노래에 베어 있는 것 같다.

노래의 전조가 점점 상승하고, 걸어요 ! 를 외치는 보컬의 키가 단계별로 높여지는 방식이 가사속에 거리를 배회하는 남자가 꼭 무대위로 올라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동일감을 준다.

이런 연출적인 음색과, 가사와, 제목이 합일치되는 재미를 느끼면 몇번을 반복해서 듣게 되고 원래 알았던 노래가 아니어도, 흥얼 거릴 수 있을 정도로 외워지게 된다.

7월의 막바지, 퇴근 후 수원역에서 집까지 40여분을 걸으며 작열하는 더위에 물주머니를 링겔 맞듯 공급받는 나무를 지나치며 4년전 발매 노래를 듣는다.



가슴이 뛴다는 느낌은 어떤거더라, 쌀쌀한 공기에 걷는 기분이 어떤거더라, 낯선 길을 걸을 때 어떤 생각들을 했었더라, 더위에 빗장을 걸어두었던 가물가물한 기억을 노래로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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