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똥강아지 이야기
동글이가 어느덧 9살이 되었다.
시츄, 암컷, 동실동실 살이 오를 땐 3.8킬로그램, 밥 안 먹고 골골 댈 땐 3.4킬로그램
처음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은 남동생 친구의 강아지가 새끼 4마리를 낳았는데,
그중 막내 새끼 강아지가 형제들한테 밀려 밥도 잘 못 먹고 체구도 차이 나게 되고 잘 못 어울린다 하는
이유에서였다.
모든 아기들은 사랑스러움의 결정체들이겠지만 강아지들 중에 특히 시츄는 어렸을 적이 참 예쁘다.
태어난지 막 세 달을 좀 넘어선 새끼 강아지는 응가도 귀엽고, 가만있어도 오구오구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눈을뗄 수가 없었다.
집이 옮겨진 터라 적응을 시키기 위해 4주간 목욕을 시키지 않았었는데,
응가를 싸고 다리 힘이 풀려 자기 똥에 철퍼덕 엉덩방아를 찧고 낑낑 거렸던 적이 있었다.
고 작은 애를 한손에 받쳐 엉덩이를 씻기고 드라이로 싹싹 말려줬어야 하는데,
물기를 덜 말렸는지 몇 시간 뒤 시름 시름 앓고 있어서 너무 미안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동글이를 참 예뻐하고 좋아하지만 위험에 빠뜨린 적도 종종 있었다.
꼬리에 리본을 매달아 두면서 털 쪽으로만 묶었다 생각했는데 꼬리살점까지 같이 묶어 괴사 시킨 적도 있었고, 안다가 떨어뜨린 적도 몇 번 있었고, 안약을 넣어준다거나 코 주변 털을 잘라준다거나 하는 것은
강아지를 위함이었지만 동글이 입장에서는 정말 싫은 짓만 골라하는 주인이었다.
우리 강아지는 참 순하다.
딱히 미워할 구석이 없고, 사람 키우기에 편한 동물로 최적화되어 있었다.
까탈스럽고,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다나 뭐라나 하는 엄마 마저도
동글이는 애완견을 넘어서 가족으로 품어주고 있다.
고 새까맣고 일렁이는 눈으로 가족들을 찬찬히 지켜보고, 나갈 땐 아쉬워하고 들어올 땐 반가워해주는 일을
참 열심히 하고 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얼마 전부터는 본인이 함께 나갈 타이밍을 찾기 시작했다.
가령, 엄마가 가볍게 산책 나가는듯한 복장이면 자기가 먼저 신발장으로 내려와 꼬리를 흔들고 있다거나,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무릎 아래로 조롱조롱 매달린다.
집에 난리도 안치고 혼자 얌전히 잘 있는 게 기특하고 안쓰러워서 데리고 나가주면 또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 짧은 다리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재빠르게 달린다. 땅을 헤엄친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다.
이름을 불러 말을 걸어주면 들을 줄 안다는 양 눈을 껌벅거리며 쳐다보고 누가 외로워 보이거나,
아니면 지도 외로운 것이거나 할 때면 엉덩이를 들이밀고 옆에 꼭 붙어 있으려고 한다.
그렇게 자기 예쁨을 살뜰하게도 챙긴다.
누가 시츄는 바보라고 했던가,
엄마와 난 적어도 우리 강아지 만큼은 절대 바보견이 아닌 이유를 10가지 이상은 댈 수가 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고,
우리집개 구 년이면 엄마의 둘째 딸로 간택을 받는다.
엊그제 내 냉장고를 채워주러 다녀간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 엄마 ~ 웬일로 냉장고를 다 채워주었어~ 완전 곰마웡 ~ "
" 냉장고 꼴이 그게 머냐 텅텅 비어 가지고, 동글이랑 같이 갔다가 물 한잔밖에 먹을게 없더라!! "
이제는 데려오지 말라 해도 꼭 동글이 손 잡고 같이 오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