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8
- 사려니숲길 (붉은오름입구-> 비자림 입구)->우도 / 산티아고 성산일출봉 2호점
일치감치 조식을 챙겨먹고, 8시쯤 게스트 하우스를 떠났다.
혼자 다니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먹고 싶을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으며, 떠나고 싶을때 떠날 수 있다는게 좋았다.
옆에 있는 사람이 쉬이 배고프다고 하여도, 한번에 몰아먹는 내가 배곯지 않아도, 신경쓰고 걱정해주어야 할 일이 없어 편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신경쓰이고 챙겨주고 싶었었다. 끼니를.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가고 싶은 사려니 숲길 까지는 꽤 이동거리가 있었다.
네비에서 검색하니 붉은 오름쪽 입구가 나왔고, 그대로 찾아가 차를 주차한뒤 열심히 오르고 보니 사람들은 반대 방향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역방향의 숲길 탐방 시작이었다.
사려니 숲길을 걸으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나무 기둥들이 어쩜이리 푸른 빛을 띄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
그러면서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현재 그 중간쯤에 온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푸른 빛의 나무기둥들은 과거의 어린나를 생각하게 했고, 바삭 바삭 말라있는 갈잎의 나무 기둥들을 마주할때면 현재로 넘어온듯한 시공간의 변화와 같은 기분에 사로 잡혔다.
걷고 걷는 일이 이 숲에서 할 유일한 일거리였다.
걷는 동안, 내가 달라져야 할 성품들에 대해 다짐의 목록들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1. 낯선 사람에게 편견을 갖지 않기
2.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그대로의 모습을 믿어보기.
3. 과거 경험상의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기.
4.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기시감에 얽매이지 말기.
5. 떠날 사람은 떠날 작정이었음을 알고 편하게 보내주기 등등.
걸어온 만큼의 거리를 계산하고 앞으로 남은 거리에 대해 필승을 다짐하며 한 발 한 발 걸었다.
해는 올라있었고 꽤, 더웠다.
그 생각지 못한 더위가 시험에 들게 하였다.
붉은 오름 입구에서 목적지인 비자림 입구쪽 숲길까지였다면, 본디 다시 걸어 차가 있는 오름입구쪽으로 오겠다 생각했는데 현실은 비자림 입구쪽에서 차가 있는 곳 까지 12,000원짜리 택시를 탄 것이었다.
이래 저래, 여행은 생각치 못한일들의 연속이었고, 하나씩 완성시킨 일들은 홀로 여행의 자신감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숲길 투어를 마치고 우도에 들어가고자 성산항에서 배표를 끊고 배를 탔다.
바다는 배가 그려넣는 물길이 곧 글자가 되는걸지도 모르겠다.
우도에 도착해서는.눈 둘곳 꼽을새 없이 아름다운 전경들 투성이었다.
땅콩가루와 감귤 시럽이 뿌려진 '땅콩 아이스크림'은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고소함과 상큼함이 어우러졌고 부드러운 밀크 아이스크림이 마무리를 장식하니 새삼 땅콩 아이스크림은 완벽한 균형미를 가진 아이스크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도의 유채꽃밭은 주변 낮은 돌담들의 경계선과 함께 정갈히 피어 반가움을 담뿍 주었다.
해안도로를 끼고 쭉 한바퀴 도는식으로 자전거 여행을 결심했다.
평소에도 바닷가 근처에 바다를 보며 달리는 자전거의 낭만을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우도 투어 한바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우도등대에 오르기 위해 급 경사를 끼고 높은곳으로 아득바득 기어가다 시피 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전경만큼 노력의 댓가로 볼 수 있는것이 있을까.
모르겠다.
힘들여 올라온 뒤의 짧고도 긴 경치 구경을 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허망한 기분을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내다보는 시선도 네모난 손가락틀에 가두면 그림이 되었고,
가까이 당겨보고 싶은 풍경도 손가락 틀에 가두면 사실화가 되어있었다.
검물레 해변 근처에서 커피콩빵과 아메리카노를 훌쩍거리며 햇볕에 익은 얼굴을 식혔다.
우도에는 간식거리, 식사거리가 될만한 작은 가게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었는데,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군데 군데 들러 맛보고 싶어졌었다.
작은 전동기차를 빌린 사람들이 가장많이 보였었는데, 어디든 바닷가를 향해 뻗친 길로 슝슝 들어가는것을 보고 나도 따라가기도, 길잡이가 되어 길을 터주기도 하였다.
우도는 돌이 정말많다.
차고 넘치게 많이 보는것이 돌이었는데 그 많은 돌밭과 무덤, 담벼락도 그저 그런 돌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늘, 바닷가를 끼고 도는 자전거 산책의 로망이자, 희망사항이 있었다.
우도에서 소원을 이룰지니, 달리고 싶으면 달리고 멈춰 보고 싶은곳에 멈춰 한없이 주저 앉다보면, 차도 집도 필요없이 바닷가와 자전거 한대면 충분히 행복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우도엔 먹거리 가게들이 참 많이도 있고, 지나칠적마다 입에 단 침이 돌게 한다.
오전은 사려니 숲길에서 고독한 산책을 했고, 오후엔 우도에서 너도 나도 자유를 만끽할 레저 활동을 하고 보니 오늘 하루 참 열심히 살았다는 뿌듯함에 취했다.
또 그만큼 체력적으로 쉬이 지치기도 했고 말이다.
서둘러 들어온 게스트 하우스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저녁을 먹고, 내일이면 다시 모르는 인연으로 돌아갈 어색한 반가움을 건넨다.
이성보다 동성의,그리고 또래의 30대의 여자 생과 여행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지는 중이다.
나처럼 혼자 여행온 언니를 알게되었고,
다음날 성산일출봉 해돋이를 보러가자고 약속을 하게 되었다.
이맘 때쯤의 제주도 여행은 참 많은 20대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그네들의 젊음과 청춘이 부러워지는가 반면, 서른 청춘들은 이 좋은 날의 제주도를 20대에게 내어주는 중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또래만나기가 참 귀하다는 생각에 마주친 또래 인연이 격하게 반가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