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5일차

2016.4.9

by 사막물고기

- 성산일출봉->비자림->만장굴 / 레인보우인제주도 게스트하우스


매일 잠자리가 바뀐다는게 아직은 쉬이 적응되지 않는다.

꽁꽁 여맨 무거운 짐가방에 지퍼를 내려 숨통을 틔워주고, 집에 있었을땐 매일 하지 않던 샤워와 일기를 쓴다.

새로운 사람들의 얼굴이 매일 바뀌고, 어느날은 조금 친해지기도, 어느날은 눈인사 조차 하지 않을때도 생긴다.

다음날은 또 어디를 가볼까 생각하는것도, 새로운 개척지를 열어가는 기분도 들지만, 피곤하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뒤만 쫄랑 쫄랑 따라다녔던 그동안의 여행이 참 속편하고 안일했었구나 싶다.

그러면서 내딴엔, 어디라도 다녀왔다고 콧바람 쐰 기분과 폼만 잔뜩 잡았던게지.

어제 묶은 게스트 하우스는 둘에서 넷까지 친구들과 여행을 온 숙박객들이 많았다.

여럿이 모여 오면, 활동적으로 제주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을것 같았다.

승마나, ATV나, 보트, 스쿠버다이빙 같은 레저는 가가호호 떠들썩 해야 재미난것들이다.

뭐,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기는 사람들은 있겠지만,난 엄두도 안나는쪽이고 앞으로도 그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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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혼자가 지겨웠던 찰나에 같은 방을 쓰게 된 언니와 잠잘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날 성산일출봉은 해돋이로 보러가자고 했다.

서너시간 자고 일어났을까,
6시11분 일출시간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어둠속을 훑어가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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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언니와 내가 올라온 후에도 속속 도착해 계단식의 전망대 자리에 촘촘히 앉았다.

어떤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단체사진 찍겠습니다~ 하는 농담을 건넸다.

어딜가든 유쾌한 사람들이 있고, 나는 몰래 웃는 맞장구파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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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5분을 넘어서면서 붉은기가 스멀스멀 퍼지는가 싶더니 그 이상 퍼져 나가지 않았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많아서 라고들 하는데,
다들 결론은 ' 해뜨는 모습은 보기 글렀다'로 모아지면서 하나 둘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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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여기까지 왔으니 해뜨는중은 못봤지만 해뜨고 난 모습은 찍어가자고 하였고,망부석이 된것마냥 기다리는것도 평화로웠기에 그러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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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시간은 지났고 , 너무도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 열어주는 아침이 되고나니 이 날씨에 해돋이를 못봤다는게 거짓말 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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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걷히고 난 성산읍을 내려다보면서 이곳에 있으면 시간이 참 느리게 간다는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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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빈둥거리며 지냈던 시간과는 다른 질감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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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내려오면서 뒤돌아보는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언니는 세차게 내리쬘 햇볕을 피해 새벽에 다녀온게 잘한거라고 그랬다.

제주의 쨍한 햇빛에 어제부터 뺨이 따끔따끔했었는데, 눈은 호강해도 피부는 타들어가고 있다는걸 잠시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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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기다리는 몇분의 시간이 더 남아서 광치기 해변을 둘러보았다.

우도도 그렇고, 성산읍도 그렇고, 아마 제주 전체가 그럴거라고 생각하지만 집,건물의 높이가 많이 낮다.

마치 소인들의 세계 같아 보이면서 180 이상의 장신들에겐 곡소리가 날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건물들이 낮아 좋은건, 굳이 높은곳에 올라가지 않아도 손틀에 가둬두고픈 예쁜 경관들이 트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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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치기 해변의 모래가 참 특이했다.
시커먼 색에 모래라기 보단, 화산재를 덮어쓴 조개껍질의 분쇄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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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해변에 남겨진 발자국은 비장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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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밀려올적의 소리도 참 특이했다.
언니는 탄산 음료 소리같다고 동영상으로 소리를 담았다.
청량감이 드는 파도소리는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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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꼬맹이 진돗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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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고 꼬리치는 강아지를 볼때면 왜 그렇게 뭉클해 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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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와,치즈,잼, 커피로 된 조식을 먹고, 언니는 우도로 나는 비자림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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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그늘이 가려주는 평길과 적당한 바람이 앓던 마음을 호호 불어주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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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종한 잎이 여러개 모인 비자나무.
비자나무가 많이 심어진 비자림.
작은것에서 퍼져나간 숲의 치유에 참말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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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앞에서 한참을 앉아 쉬며 지켜보았다.
헤어질 수 없는 묘목을 보고 사랑의 완성이라 할 수 있을까 ?
적당한 거리가 사람도, 나무도 잘 살수 있게 한다.
그런 면에선 이름만 낭만적인 연리지는 가혹한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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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유산을 많이 돌아보고 가겠다고 결심했던 제주여행이었고, 만장굴을 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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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크기의 동굴을 보면서 감탄과 소감을 나누고 싶었지만, 없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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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오늘까지 렌트하기로 했고, 제주 공항으로가 무사히 반납을 했다.

렌트카의 악몽이 마침표가 되길 바라면서 원점으로 돌아왔다.

공항에 오자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사람들도 차도 북적였고, 잠시 패닉상태가 되었다.

자, 이제 뭘해야 하지?

1. 올레길 코스를 완주하고 싶다
2, 올레길을 돌려면 캐리어가 아니라 배낭이어야 한다
3, 배낭을 살까?
4. 캐리어는?
5. 짐을 좀 정리하여 우편물로 부칠까?
6. 신발도 영 편하진 않은데
7. 버스타면서 천천히 돌아보는걸 해볼까?
8. 그래도 짐은 무거운데?

수십의 생각과 방법들을 연구해보았고, 그러다 더 지쳐버려서 집에가는 항공권을 알아볼까 ?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제주에 온 것도 아니었지만 떠나기전 생각했던 목표하나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는것도 싫었다.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들로 지금껏 나를 망쳐왔다.

빨리 직장을 잡아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입사가 쉬운쪽으로 옮겨다녔고,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같은 기분에 구질구질하게 굴었다.

확실한 계획과 실천이 생기기 전까진 내려놓고 사는 생을 연습해보자고 했다.

공항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를 다시 잡았다.

일단은 쉬고 싶었다.

급하게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세탁을 할 수가 있었다.

밀려있던 5일치의 빨래를 돌리고 건조까지 하여 따끈하게 향기나는 옷가지들을 손에 얹었다.

이렇게 다시 길 위에 서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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