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18
- 올레8코스 (중문관광단지) 완주 ->9코스 시작전 대평포구 / 구름정원 게스트하우스
임신을 하게 되어 만삭이 되면 이런기분일까.
온 몸의 체중은 발목이 지탱하는지,뻐근하고 붓기도 잘 빠지지 않고, 수시로 삐걱거리는 오른다리 고관절도 똑 떼다가 기름 잘 발라 다시 껴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한 몸도 무거운데, 캐리어 7-8키로쯤 되는 무게의 가중치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가볍고 날씬한 사람들은, 얼마나 산뜻한 기분으로 살 지 상상도 안간다.
피로가 꾹꾹 눌러오는 아침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도 조식시간이 되면 반짝 기운이 나곤한다.
햄과 계란이 노릇 노릇 부쳐져 안에 넣어진 토스트 조식과 주스를 먹고 출발했다.
중문단지 축구장 뒤의 산책길을 반만 눈감은채로 걸어갔다.
바다를 보며 공을 차는 기분 또한 새로울것 같다만 경기력에는 별 도움은 안될지도 모르겠다.
햇살도 구름 뒤로 늦장을 부리는지, 침침한 오전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걷기엔 이 편의 흐린날씨가 기분은 좀 덜 나도 훨씬 좋았다.
대포 주상절리 관광지에 도착했다.
표를 사지 않고 올레8코스로 계속 걸어갈 수도 있었는데, 길 한편으로 경관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올레길과 바다 해안길은 반대편이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걸 길 끝에 와서 알게 되었고,
입장권을 사서 다시 들어가 둘러보았다.
공원이라고 꾸며진 곳들은 별 감흥 없이 그저 그랬고,
해안쪽의 주상절리는 지나치고 갔다면 섭섭했을 정도로 엄청난 경관이었다.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볼 수 있었던 일반적인 해안경관과는 다르게 용암이 흐르다가 바다와 만나면서 육각 기둥 모양으로 굳어 생긴 지형이라는 다른 역사를 가진 돌을 만난것이었다.
깎아지른 절벽쪽 말고 평탄한 바닥쪽은 육각벌집 모양같은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주상절리 모형은 검붉은 육각판의 거대한 돌기둥이 병풍처럼 서있는 이와 같은 모습이다.
자연이 빚어내는 경이로움 앞에 배경으로 어울리려는 사람들의 방문이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인물이 주가 되는 사진을찍는 사람들은 자연이 배경으로 되겠지만.
주상절리를 지나, 씨에스호텔앤리조트의 일부를 올레길로 지나가며 구경할 수 있었다.
제주의 낮은 돌담과, 천장 낮은 민가의 분위기 로 편의시설을 꾸며 놓기도 했고, 잘 다듬어 놓은 정원과, 꽃길에 넉 놓고 구경하다 " 이곳은 길이 아닙니다 " 라는 소리를 듣고 말았다.
본격적인 중문관광단지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베릿내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지만,올라가지 않았다.
올라갔다면 천제연 계곡을 볼 수 있었을거라는 가이드 북 설명을 나중 찾아보니,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한다.
고통은 짧고, 오름의 경관은 끝내준다는걸 지금까지 몸이 배웠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계단수에 겁을 먹고 말았다.
차선으로 가로 질러간 오름아래쪽 공원길도 아름답긴했다.
마치 산의 가운데를 오목하게 파놓고, 정원으로 꾸며 놓은것 처럼 주변을 감싸고 있는 낮은 절벽의 단면들이 외부세계와 차단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중문색달해변을 가로지르는 8코스의 A길로 들어섰는데,
낙석 구간이 있어 우회하라는 안내판부터 좀 불안하긴했었다.
발이 푹푹빠지는 해변 모래를 건너,
정자에서 한숨을 돌렸다.
한발자국 떨어진곳에서 바라보는 해변과, 바다가 더 좋은걸 보니 이럴때 내 나이가 실감된다.
A코스가 지나는 고급호텔과 리조트 단지 뒷길, 올레코스가 산책길 보수 구간으로 막혀 있어 한참 헤맸다.
이정표를 잃어버리는거야 이제 놀랍지도 않다만, 고급 호텔,리조트 사이에서 나갈 길을 헤메이다보니,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이 곳의 투숙객들은 여유롭고, 안정되어 보였고 내가 있던 세계로 돌아갈 길을 알려주는 시계토끼는 올레이정표였으나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색달해변쪽으로 내려오기전인 '퍼시픽랜드' 길안내 표지판을 보고 다시 처음의 A,B갈림길 앞에 섰다.
B코스로 갔어야 했다.
엉덩물 계곡으로 오르는 B코스를 지나자 중문관광단지의 온갖 테마파크들이 몰려 있는 중심지로 도달하였다.
고급 리조트에서 묵으며 바닷가를 조금 걷고, 리조트 안의 정원을 노닐다가 테마파크들을 관람하는 것도 또 다른 제주의 여행방법일 것이다.
여행의 정석이 있는게 아닌것 처럼 현재 자신의 상황과 어울리는 여행을 밟아가면 되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이쪽 세계의 여행법이 조금은 부럽다.
부러움은 각자 지금은 행하지 못하는 환경을 바라볼적에 생기는 감정이기도 한데 훗날 두다리 튼튼할적에 고생하며 다니는 여행을 부러워 할지도 모를일이다.
중문 관광단지를 벗어나면서 부터는 계속 찻길을 걸었다.
예래 생태마을로 들어서면서 부터 푸름은 다시 이어졌다.
생태문화 체험학습장으로 마을 전체가 자연생태계의 보존이 높다고 하는데,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 장면들이 떠오른다.
새소리, 하천의 물흐르는 소리가 감아흐르고 있었고,
바닥의 돌길 사이로 힘차게 솟아나는 잡초의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치밀하게 샘솟는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조경을 헤치지 않고 묻어 있는듯한 그네와 벤치에 머물러 있다보면, 이 공원안에 몰래 숨어든 관망자가 된다.
새들이 노닐고, 벌레가 기어다니고, 털갈이 중에 빠진 뭉친터럭과, 먹이사슬 관계에 쫓긴 후의 사체등을 보게된다.
생태마을이 끝나가는 지점엔, 멀리 공사중인 건물 단지들이 보이면서, 해안길로 들어서게 된다.
펜션이 될런지, 리조트가 될런지, 개인 별장이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제주도 가는 곳곳에 공사중인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좋다고 느끼는것은 남들도 그렇다고 느끼는 바일 것이다.
최초의 발견자가 소유자가 되는것도 너무한 처사지만, 점점 좋은 경관과 환경을 끼고 살 수 있는건 부를 가진 사람들의 전용으로 굳어지는것 같아 씁쓸하다.
논짓물 담수욕장을 지나가며 보았다.
마을에서 논짓물을 모아 노천 수영장을 만든 것이라는데, 수심이 얕고 민물과 섞이기도 하여 물고기와 보말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논짓물로 이용하는 족욕카페도 보았다.
들렀다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4km 남은거리가 꽤 긴 시간이 걸린다는것을 이젠 알기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평리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면서, 참 조용하고 호젓한 마을임을 느낄 수 있었다.
파도도 잔잔하여 바위어깨에 부딪치는게 아니라 쓰다듬는 소리 정도였고, 갈매기 소리외에는 다른 소리는 찾기 힘들었다.
뒤돌아본 경치에 공사중인 건물 단지들이 크게 잡혔다.
곧 사람들이 모여 살테고 이 적막하고도 고요한 평화는 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서운해졌다.
모르겠다.
바다는 많은 소리와, 누추함을 감추니 어떤 분위기의 마을이 될런지는.
하예포구를 지나,
노란 유채꽃과 연보라 갯무꽃이 길을 따라 길게 피어 있었다.
조깅을 하고 있는 동네 주민같아 보이는 2명을 길에서 마주쳤다.
부러웠다.
이 길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것과, 달릴 기운이 있다는것이.
대평마을로 들어서면,
차분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있는곳에 청보리밭을 만날 수 있었다.
가파도는 청보리축제가 한창이라는데, 그 섬에도 가겠노라 생각중이지만, 예상치 못한 대평리에서 먼저 만났다.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 결이 참 예뻤다.
무릎을 베고 누운 연인의 머리털을 한올 한올 골라 넘겨주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스의 산토리니가 생각나게 하는 하얀 건물이 시선을 끌었다.
피자집 건물이었는데, 대평리에는 이렇듯 감각적인 건물과 장식들로 꾸며진 가게들이
드문 드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8코스의 완주 스탬프를 찍고,9코스의 시작 박수기정을 오르는 것은 오후 3시이후 입산금지 되어 있었기에 이 마을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구름정원 게스트 하우스에서 짐을 풀었다.
볕이 잘드는 창가와 파스텔톤의 침구, 커텐이 좋은꿈을 꾸게 할 것 같은 잠자리였다.
넓은 창과 아늑한 조명이 있는 거실과,
현관앞 인테리어도 쓰임새 있게 예뻤고.
2층의 서재도 좋은책이 참 많았다.
긴 시간을 두고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을이었다.
챙이 넓은 모자와, 자전거가 있다면 더 좋겠다.
끼릭 끼릭 소음이 나도 괜찮다.
하루는 공방에 가서 뜨개질을 배우고,
하루는 해산물도 캐보고 싶고,
하루는 카페에서 오는 손님, 가는 손님들 여럿 배웅할 정도로 오래 눌러 있어보고도 싶다.
바다앞에서 책한권을 쉬지않고 읽어보고 싶고,
그러다 다짜고짜 낮잠도 자보고 싶다.
노래를 듣지 않아도, 노래가 될 것 같은 삶을 꿈꾸게 하는 마을, 대평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