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22
안녕 ~ 제주도
1.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다소 이른 시간의 비행기를 잘 탈 수 있을까 싶어 시작한 걱정반, 4명 꽉꽉 채워진 도미토리룸에 부스럭 거리는 침구소리, 진동으로 하지 않는 룸메이트들 휴대폰 소리의 소음반으로 새벽2시부터 뜬눈으로 지샜다.
1-1. 올레길 5코스 6코스 초반부를 함께 걸었던 아주머니께서 해주셨던 말씀들이 생각났다.
제주시내,시외 버스 기사님들이 조금 더 친절 할 필요가 있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제주 시외버스는 목적지를 말하고 카드를 찍는 방식이나 많은 중국인들이 목적지를 말하지 못해 버스 입구부터 실갱이를 하고, 큰 소리가 오고 간다는 것이다. 그럴바엔, 기사님들이 중국어를 조금 배워두는게 어떻겠냐 하는 말씀을 하셨었다.
그 말에 나는 같은 한국 사람도 여행지 올 때 본인이 어디에 내릴지 미리 알아두고 말하는데, 중국인들은 많은 대접을 바라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당시엔 그게 내 생각이었다.
화장실에서도 양변기 위에 올라가서 볼일을 보고,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안하무인일때가 많다 라고 하니, 문화 사대주의 생각이 위험한 거라고, 이제 막 경제성장기에 올라선 국가들의 여행 초반기를 너그럽게 봐주는것도 국민성이라고 하셨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 나가서 무단횡단도 많이하고, 문화유적지마다 되어 있는 낙서는 또 어떻고, 서비스로 제공하는 생필품들 아직까지 챙겨가지 않냐며, 단시간에 바뀔수 없는것이 단체의 국민성이고 과도기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질타와 비난, 차별로 이르는 세상보다, 이해와 관용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건 작은 시선의 차이였다.
제가 부끄러운 생각을 했노라고,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가지 더,
인테리어 잘 되어 있고 분위기 좋은 체인점이나 브랜드를 찾아가는 먹거리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지역주민들이 판을 펴고 천막을 치고 파는 작은 상점에 돈을 쓰는 소비도 여행지에서는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자신이 쓰는 돈은 나와 , 다른 사람의 가치를 살리를 일에 쓰는게 더 낫지 않겠냐 하는 말씀이었다.
돌아온 지금 아주머니와 걸었던 길과, 대화를 다시 떠올려본다.
한번 길들여진 생각을 바꾸는것은 어렵다.
자신의 생각에 오류가 있었다는걸 알려주는 사람과의 만남이 그래서 중요하단걸 알게 되었다.
2. 11일째날 저녁 다음날 같이 한라산에 올라가자고 하는 남자가 있었다.
미친척 하고 덥썩 물어 구체적인 장소나 시간을 잡았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살짝 남는다.
2-1. 여행지에서의 만남, 평소보다 낯선곳에서 더 대범해질 수 있다는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여행의 매력이건만, 그런면에선 나를 온전히 놓지 못하였나보다.
3.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흑갈빛 하늘에 기분이 착찹해졌다. 바다부터 하늘까지 한눈에 담아 두어 보이던 시야가 반으로 좁아든 느낌이었다.
4. 17일만에 돌아온 집을 닦다보니 모퉁이 구석마다 거미줄이 살뜰이 쳐져 있었고, 하루살이들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아무리 해도 해도 모자란 곳만 보이는게 우리집 청소다.
4-1. 그럼에도 내 집 청소가 참 신났던 오후였다.
5.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었다. 글자를 읽어도 정수리 위로 슈슈슉 빠져 나가는 느낌이랄까.
코칭했던 아이들에게는 읽어도 이해가지 않으면 소리내어 음독하는것이 독해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내가 정작 그러지 못하였다.
심리적인 문제가 있을거라고 생각했기에.
제주도에서 많은 안내판들을 소리내며 찬찬히 읽었다.
올레길 가이드북은, 가기전에 글만 읽을적 보다 다녀 온 곳을 읽을때 생생히 머리에 박혀 들어왔다.
경험하고 난 뒤의 글은 읽어야 될 글자가 아니라 저절로 읽혀지는 글자였다.
5-1. 읽혀지게 될 글이 되었으면 하는 책을 발견했다. 나를 위한 여행길 마지막 선물로 골랐고,
엄마 선물은 면세점에서 립스틱으로 샀다.
6. 한 몸 같았으나 안전하지 못했던 운동화를 세탁에 맡겼고, 가방가득 들어있던 빨래감도 세탁기에 돌렸다. 샐러드 채소를 사와 오리엔탈 소스를 휘적 휘적 뿌려 먹었다. 그리고 빵집에서 빵도 사먹었다.
6-1. 볼케이노 치킨도 시켰고, 예비 애기 엄마 지영이도 왔으나 거의 내가 다 먹었다.
참아왔던 허기가 폭발하는것 같았다.
7. 빨래를 널고 나니 날이 흐려지면서 비가 한 두방울 떨어진다.
묘한 안도감과 행복감이 스멀 스멀 올라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7-1. 제주도는 꿈같은 시간이었고, 따뜻한 온수가 나오고 비 피할 집이 있는 내 집은 달큰한 안식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