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로 오토바이를 타고싶다!

버스는 서글퍼

by 사막물고기


멀고도 긴 출근길이었다.

결론은 지각했다였으나, 짧게 뭉그러뜨려 결과만 말하기엔 꽤 고생적인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었다.

어쩌다 운수 좋지 않은 날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날씨 때문인지 자중의 퍼석퍼석한 심신상태인지 서글퍼진 구석이 많았던 아침이었다.

서울구치소에서 분당 상록마을까지 좌석버스 1303번을 타는데 배차 간격은 20-30분이다.

버스 정류장에 붙여진 정보판상 간격 시간이 그렇고, 대개는 대중없이 도착할 때가 많으나, 버스 도착정보 인터넷을 보고 움직이니까 배차 간격 시간은 크게 생각되지 않았다.

다만, 항상 꽉꽉 차있는 지옥철과 비견할만한 승객수에 출근시간만이라도 운행대수를 늘리면 안 되나 하는 생각반,소망반이 있었지만 버스 회사 나름의 사정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끼여 타더라도 일단 타기만 하면 됐다,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8시 3분에 한 대,(이 차는 타지 못하였고) 8시 50분에 한 대가 도착하였다.

비가 오니 배차간격 시간이 평소보다 틀어질 수 있다지만 그러기에도 너무한 시간 간격이었다.

하물며, 50분에 도착한 버스의 기사님은 더 이상 탈 수 없다는 손 신호만 하고 그냥 지나쳐 갔다.

우산을 받쳐 들고 마중 나가 있던 승객을 뒤로하고 서먹하게 지나가는 버스 뒷좌석을 보니 헐빈한 공간이 보였다.

서울구치소, 청계 농협 이렇게 두 정거장의 5명도 채 안되는 승객들만 태우면 분당까지는 내리는 곳 없이 넘어가는 고가도로이기 때문에 평소 기사님들은 웬만하면 다 태워가려는 노력을 해주시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수십여 분 만에 도착해선 헐렁하게 승객을 지나쳐 가는 게 심히 원망스러워졌다.

버스가 뭐라고,

버스 안과 밖의 차이에 비애감을 느끼게 하는가.


버스 안 좌석에 미리 앉은 사람들은 습하고 꿉꿉한 날에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을 것이고,

서 있는 사람들은 좌석에 앉아 가고 싶을 것이고

이미 가득 찬 버스 안에 조마조마하며 탈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은 타기만 해도 좋을 것이라니

같은 값을 지불하고 타는 버스의 형평성이 오늘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무자비 한 것 같았다.

한 번에 가는 1303번 버스는 그렇게 떠나가고, 103번을 타고 운중 주민센터에서 220번이나 2번 버스로 갈아탈 요량으로 다시 10여 분을 기다려 103번 버스를 탔다.

그런데 웬걸,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가다가 시동이 꺼져버렸다.

이 얄궂은 빗속에 몸을 실은 사람들 마음이 콜록거리다 멈춰버린 버스 같았다.

기사님의 힘겨운 소생술로 다시 살아난 버스로 환승지인 운중동 주민센터에 도착하니, 1303번 도착 예정 시간이 7분밖에 남지 않은 걸 보았다.

내가 힘겹게 다른 버스를 타고 이 고개를 넘었는데, 넘지 않고 한 번 더 기다렸다 타면 되었을 1303번은 오기로 타기 싫어졌다.

그리고 오늘은 1303번이 심히 미웠다.

해서 220번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먼 회사 근처 도착지로 내려 털레털레 걸어가다가 눈앞으로 의기양양하게 지나가는 1303번 버스를 보았다.

7분 더 기다리다 탔으면 더 가깝게 회사 근처로 떨어졌을 그 버스를.

인생은 오기와 꼬라지를 부리며 살 적에 가장 피곤한 방법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30분 지각 사이에 3년은 늙어버린 기분이다.

버스 민원은 어디다 넣는 것인가, 먼저 타고 있던 사람들은 왜 자리를 좁혀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았던가 등등등의 원망을 잔뜩 씹으며 부랴부랴 회사에 도착하고 보니 잔뜩 젖은 발과, 바짓단에 이내 지치고 피곤해져 버렸다.

비도, 버스도 안에서 밖으로 볼 적에 여유의 틈이 보이는 것 같다.

오늘은 집에 보일러를 떼고 널브러져 자작 자작하게 몸을 구워야겠다.




%C4%B8%C3%B3.JPG?type=w773 짤은 보고 미친듯이 웃었던 미녀공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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