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상일지

하나와 미소시루

by 사막물고기




movie_image.jpg?type=w773


유방암을 가진 치에(히로스에 료코)는 참 담백하게 자신의 병을 서술한다.

암에 걸렸다.

암에 나았다.

재발했다.

전신에 퍼졌다.라고.

1.jpg?type=w773



살날이 빤히 보이는 병마와 싸울 때 에두른 희망이건, 현실적 절망이건, 앓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인 줄 알았다.

어쨌건, 자연스러운 사람의 감정과 역행하는 수행자와 같은 일상을 견디는 태도는

' 일본인들은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니까 ' 라는 일반화로 그 모두를 생각해서는 안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2.png?type=w773



어렵게 얻은 귀한 어린 딸에게 미소시루(된장국)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매일 만들기를 당부하는 약속을 한다.

암을 낫기 위해 병원 치료는 물론 식이요법, 자연치료에 열심히 매달렸음에도 좌절할 수밖에 없는 치에의 남은 생은 엄마가 떠난 이후에

건강한 음식으로 잘 차려 먹기를 바라는 마음을 정성스럽게 전한다.

3.jpg?type=w773



아마 우리나라 식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죽음을 앞둔 엄마의 당부는

눈물을 짜내는 배경음악을 깔고 절절한 대사를 읊어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동요되어 펑펑 울고, 눈물 한바탕 쏟고 난 뒤 후련함을 영화평으로는 ' 잘 만든 영화 ' 라고 느꼈을지 모르겠다.

국가적 일반화로 몰고 가고 싶지 않은데, 어쩐지 자꾸 그렇게 기울게 된다.

4.jpg?type=w773



배를 깔고 신문을 보는 남편과, 미소시루를 만드는 딸을 바라보며 치에는 ' 아 행복하다 이 평범함 ' 라고 말한다.

평범한 행복을 알고 있는 여자는 사랑스럽다.

젊은 날 한없이 청순했던 히로스에 료코는 중년 여성이 되어서도 특유의 선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상이라는 외형이 영화 속 치에와 꼭 어울렸다.

소박하고 단단하고 꼼꼼하게 가족들과의 남은 시간을 가장 일상적으로 보내는 것, 그리고 행복해하는 것,

심심해 미칠 것 같은 견딤과 버티는 기분으로 사는 튼튼한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5.jpg?type=w77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기개발의정석-임성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