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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이 재능인 시대

체력왕 양관식

by 기덕이


다정함은 체력에 비례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하지?’

지나가는 말에 상처받고, 쌓여서 터지고

예전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꽤나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나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상대의 눈치도 좀 보고, 말도 곱게 하려고 노력하고

뭐 하나 할 때 ‘혹시 불편하지 않을까?’ 먼저 떠올리던 타입


내 다정함은, 말하자면 거의 습관 수준이었지만

요즘은 여유가 없다


조급하고,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덕분에

나를 잘 챙기지 못하고 있는 기분이다

정신력만으로 모든 걸 버텨내려다

속이 다 닳아버린 느낌


미생에서 나왔던 나의 인생 명대사

“체력 없는 정신력은 구호에 불과하다.”

그 말이 괜히 내 마음에 박힌 게 아니다


정신력만으로 버티는 날들만을 지내다 보니,

결국 다정함이 사치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작점을 겪어봤다

마음의 여유는, 생각보다 체력과 직결된다는 걸 요즘 꽤나 실감 중이다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이’를 보면서

그 사람의 지치지 않는 다정함이

얼마나 단단하고, 부드러운지를 보며 눈물이 났다


“나도 예전엔 저랬는데...어쩌다가?” 싶은 마음이 들었달까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다정함의 총량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닌

지키려는 마음과 체력이 동시에 필요한 것임을 세월이 흐를수록 꽤나 크게 체감한다


사람은 혼자서도 살 수 있다지만

함께 살아가는 힘이 없으면

꽤나 고단한 인생이 되는 것 또한 뼈저리게 느끼는 나는

나를 위해 다정함을 기르고자 한다


나는 다정함은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재능’이라는 게 꼭 화려한 사교성이나 언변이 아닌

지치지 않는 마음과 몸에서 수반되는 작은 배려들의 집합들이 아닐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일단 숨이 덜 찬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은 아주 소박한 스트레칭일 수도 있고...


제때 잘 자기, 아침밥 챙겨 먹기일 수도 있다

뭐든 좋으니까 내가 내 마음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은 에너지를 채워두고 싶다.


나는 다정함이 재능인 시대에 살고 있고

그에 맞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마음껏 나의 재능을 다시 펼쳐보고 싶어서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나 무작정 아파트를 걸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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