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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06. 2018

너와 함께 하는 여행

2006년 10월 24일,  너를 만났다.

 1. 임신

2005년 1월 자궁외 임신 인지도 모르고 내과에 가서 속이 안 좋다며 위 내시경까지 했던 나... 아랫배가 아프고 하혈을 했으면서도 그게 생리인 줄 알고 미련하게 참다가.. 나팔관이 터져 출혈이 너무 심해 개복수술로 왼쪽 나팔관을 떼어냈다. 2006년 3월 기다리던 아이가 찾아와 주었다.


2. 지독한 입덧

5주부터 20주가 넘도록 계속 토했다. 나중에는 토하기 쉬운 음식만 골라 먹었다. 아무것도 넘어가지 않고 온갖 냄새가 너무너무 싫었다. 세월만이 약이었다.


3. 30주에 찾아온 임신중독증

집 옆 개인 산부인과 병원에 다이고 있었다. 30주에 정기검진을 갔더니 혈압이 150/100이었다. 3번을 재도 마찬가지.. 누워서 재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종합병원으로 가라고 소견서를 써주셨다. 그때 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4. 31주 종합 병원 입원

아무 생각 없이 종합병원으로 갔다. 단백뇨 +++에 혈압 150/100. 당장 입원하란다. 직장은 그날부터 병가를 냈다. 직장엔 절대 못 간다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데 나는 얼떨떨했다. 어디가 아픈 건 아녔으니까.. 하지만 난 입원하고 환자가 되어 14일을 입원해 있었다. 조금 안정이 되어 퇴원했고 집에서 매일 시체놀이하였다. 매일 혈압 재고(혈압계까지 사서..), 소변 체크하는 스틱으로 단백뇨 체크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5. 36주 정기 검진

임신중독증임에도 아이는 뱃속에서 잘 크고 있었다. 내진을 하시더니 자연분만도 가능하단다. 하지만 담주 정기검진 땐 입원할지도 모르겠단다... 태동검사를 받으라 해서 받았더니 약간씩 진통이 온단다... 나보고 모르겠냐는데.. 나는 별로 아프지 않다.. 미련한 건지..


6. 36주 6일 분만

전날부터 조금씩 아프더니 본격적으로 아프다. 하지만 초산이고, 가진통도 있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다. 넘 일찍 가면 돌아가라고 한다고 해서.. 최대한 참았다. 아침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 생리통 비슷하고 자꾸만 대변이 마려 서서 3-4번 화장실에 가서 변을 봤다. 

11시쯤엔 살짝 피가 비친다. 임신하고 한 번도 피가 비친 적이 없어서... 약간 긴장... 1시쯤 친정엄마에게 연락했다. 혹시나 싶어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배가 아프다가 안 아프다가.. 비교적 규칙적인 것 같아서 병원에 가서..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가보기로 했다.

2시 30분 병원 도착. 병원에 가는 중간에도 배가 아파 몇 번을 쉬었다. 배가 아프다가 좀 있음 안 아픈 것이 너무 신기했다. 

병원 분만실에 가서 내진하니 벌써 30-40% 진행됐단다.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 거 같은데...

옷 갈아 입고 침대에 누웠다. 무통 할지 물었다. 나는 한다고 했다.

무통 하니 거짓말처럼 안 아팠다.. 하지만 뭔가 힘이 들어가는 느낌은 들었다. 그런데 무통을 하고 나니 몸이 좀 간지럽고, 덜덜 떨렸다. 간호사가 그럴 수도 있단다. -.-

5시 30분쯤 벌써 진행이 다 됬단다... 힘주란다. 내가 힘을 잘 못주는지 아기 심박수 떨어진다고 나보고 제대로 하라고 한다. 진통이 올 때마다 맞춰서 힘을 줘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6시 20분.. 드디어 우리 아기 탄생.

너무나 빠른 진행에.. 내 주위엔 가족이 아무도 없었다. 친정엄마는 잠시 어디 갔다 온다가 가셨고, 남편한텐 전화는 했지만.. 그렇게 빨리 나올지 모르고 퇴근하고 오라고 했다.

결국 난 혼자 낳았다... 그것도 지금 생각하니 너무 억울, 섭섭하다..

임신중독에다가 초산인데.. 4시간여 만에 자연분만으로 쉽게 아기를 낳았다고 다들 좋아하셨다.. 나도 너무 기뻤고 신랑도 너무 좋아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우리 아기의 시련을 시작되었다...


7. 아기의 입원

아기 낳고 다음날 아기를 보러 갔다. 2.6kg이라 조금 작긴 했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친구들에게 울 아기 탄생도 알리고 휴가를 낸 남편 시중도 받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회음부 꿰맨 자리가 아프긴 했지만.. 아기를 낳았다는 기쁨에.. 참을만했다.

저녁땐 문병 온 친구들과 울 아기 보러 가기도 하고... 그때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3일째 되던 날... 신생아실 간호사에게서 호출이 왔다. 아기가 잘 못 먹는다는 거다. 아기가 먹으면 토하는데 그 색깔이 검붉은 색이라고.. 입원을 해서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아기 배냇저고리랑, 속싸개. 겉싸개를 챙겨 온 친정엄마... 하지만.. 아기는 두고 엄마랑 나는 퇴원해야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퇴원해서 집에 가는 길에 유축기를 샀다. 아기 모유는 짜서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유축기를 샀는데.. 울 아기 태어난 지 한 달 동안 다른 출산 용품은 꺼내보지도 못하고... 유축기만 사용하고 있는 나..


8. 눈물의 하루하루

아기 태어난 지 4일째...

아기를 보러 갔다. 그런데 아기의 머리 양쪽에 혹이 나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태어날 땐 없었던 혹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소아과 의사는 흡입분만을 하면 그럴 수도 있단다. 난 그때까지 내가 흡입분만 한 줄도 몰랐다. 또 아기가 엄마 배에서 나오다 힘들면 머리에서 출혈이 생겨 그럴 수도 있단다...

아기가 자꾸 토한다며 검사를 위해 금식을 시킨단다.. 그러면서 일주일이나 굶겼다.. 그 사이 황달 수치는 너무 올라가 광선치료한다면서 아기 눈 가려놓고... 형광등 불빛 쬐고.. 가냘픈 팔에 주삿바늘.. 그리고 온갖 검사를 위한 채혈...

난 일주일이면 퇴원하겠지 했는데...

머리에 혹이 너무 심하다며 뇌 mri를 찍어보잔다. 그때부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뇌가 잘못되어 장애가 생기는 건 아닐까? 내가 임신중독이라 아이가 그런 건 아닐까? 등등.. 눈물만 계속 났다.

검사 결과 머리뼈와 두피 사이에 출혈뿐만 아니라 뇌막 사이에도 약간 출혈이 있단다. 뇌에 문제는 없다지만... 얼마나 겁이 나던지...

머리에 너무 심한 출혈이 있어서 황달도 심하고..(다른 아이는 광선 치료기를 하나만 쓰는데 울 아기는 두 개를 썼다.) 스트레스로 먹지도 못한다고 했다. 일주일 금식하고 물 조금 먹이고 하루에 두 번 3cc 먹다가 5cc 2번 먹다가 7cc 이렇게 차츰 늘려갔다. 10cc로 겨우 늘렸는데 또 토한다는 거다..

또 3일 금식... 또 3cc부터 먹이기 시작..

태어난 지 한 달이 다되어가는 오늘도 울 아기는 특수 링거을 맞으며 하루에 8번 10cc씩 밖에 먹질 못한다. 10cc라고 해봤자 정말 우유병 바닥에 깔린다..

태어난 지 한 달 동안 엄마품에 한번 못안 기고.. 인큐베이터에서 눈까지 가리고... 울어도 아무도 돌봐주지도 않는 그곳에 있는 울 아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매일 면회를 가도 내 아이 한번 만져주지도 못하는 나... 아이는 아픈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

오줌을 싸던, 똥을 싸던 시간이 되어야 갈아주는 기저귀 때문에 엉덩이는 짓무르고, 손 싸게로 손을 싸 두지 않아서 얼굴엔 상처가 여기저기... 광선치료를 너무 해서 까맣게 타버린 피부... 제대로 먹지 못해서.. 앙상한 팔과 다리..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고 가슴이 저민다...

아직 언제 퇴원할지 기약이 없다...


9. 그리고... 그 후..

서울로 병원을 옮기고 수술까지 하며 100일이 지나서 퇴원을 했다. 그리고 이어진 병원 진료들.

돌이 좀 지나서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지나고 보니 여러 사건들이 절묘하게 들어맞았고 그 결과 아들을 장애아가 되었다.

내가 아이를 낳을 때 힘을 잘 줬다면...(무통분만을 안 했으면 힘을 잘 줬을까?)

흡입 분만을 안 했다면.... 그냥... 제왕절개를 했더라면...

아들에게 cmv 가 없었다면(나중에 발견된 바이러스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혈소판이 줄어드는 증상이 생겨 피가 잘 응고가 되지 않는다고 함)

위탈장이 없었더라면? (토해서 위탈장이 생겼는지... 위탈장이 있어서 토했는지... 머리를 다쳐서 토했는지...)

지금 와서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종종 이런 가정을 해본다. 소용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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