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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06. 2018

장애아 키우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들은 2006년 생이다.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만으로는 11살, 우리 나이로는 13살이다. 문득 다시 아들이 어릴 때로(지금도 어리다면 어리지만) 돌아간다면 나는 어떻게 생활하고, 아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잘 했다 싶은 결정도 있지만 후회되는 것들도 많다.


☆잘 했다 싶은 일
1. 육아휴직을 하고 내가 아들을 키운 것 : 그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 시부모님께서 키워주시겠다고 하시기도 했고 경력이 단절되는 것, 경제적으로 벌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3년의 육아휴직을 쓰고 간병 휴직 2년까지 총 5년을 휴직하고 아들을 키운 것에 후회가 없다. 덕분에 아들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치료나 교육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철학과 방향을 가지게 된 것 같다.

2. 원 없이 치료 다닌 것 : 생후 9개월부터 재활 치료를 다녔다.(좀 늦었다. 다른 병도 있어서...) 아이를 들쳐업고 이 병원 저 병원, 이 복지관, 저 복지관, 사설 치료실까지 다녔다. 아이를 무리하게 치료에 밀어 넣는 것은 반대다. 하지만 그렇게 원 없이 다녀보고는 내 나름대로 치료와 치료사에 대한 눈이 생기고 2-3년 후에는 꼭 필요한 치료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3. 치료에 목매지 않았던 것 : 2와 너무 상충되는 말이긴 한데 생후 3돌 때 수술한 부위가 재발돼서 모든 재활 치료를 중단했던 적이 있다. 그때 너무 무리하게 치료를 다닌 것이 아닌가... 뒤돌아보게 되었고 아이의 체력도 많이 안 좋아져 치료를 거의 줄였다. 그런데 그 시기에 발자국을 뗀 아들을 보고 치료가 전부는 아니구나.... 적절한 치료 횟수와 방법이 중요하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요즘도 치료를 많이 다니는 엄마들에게 치료를 줄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러면 ...OO 이는 잘하니까 그런 말을 한다는 말에 입을 다물게 된다. 하지만 과도한 재활 치료는 아이에게 마이너스가 된다는 내 생각을 확고하다. 비장애아이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하루에 몇 군데 재활치료 다니면서 하기 싫은 치료,  울면서 하는 치료로 스트레스받으면 정상 발달이 될까... 이렇게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4. 장애전담 어린이집에 다닌 것 : 장애 전담 어린이집이라 좋았다기보다는 다니던 어린이집은 4살 때는 엄마와 함께 등원해서 반에 같이 있어야 했다. 어린아이일수록 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실제로 선생님이 아이와 놀아주기도 했지만 놀이 방법을 알려주고 엄마와 놀게 하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다른 엄마들은 아이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보고 좋은 점은 나도 배우기도 하고 습관적으로 나도 모르게 아들에게 잘못하고 있는 것은 어린이집 선생님이 조언도 해주셨다. 

5. 일반 학교에 보낸 것 : 아이가 힘들까 봐 어린이집은 장애전담 어린이 짐을 보냈다. 사실 학교도 특수학교로 보내고 싶었다. 그러면 엄마도 신경 쓸 것 없고(일반 학교에서는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됨) 아이도 좀 더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비장애 아이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쯤은 주고 싶어서 일반 학교로 입학했다. 6년 동안 학교에 안 간다 소리 없이 잘 다녀주었고 벌써 6학년이 되었다. 공부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생활적인 면, 언어적인 면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


★후회되는 일
1. 너무 많은 것을 대신해준 것 : 외동인 데다 몸이 흔들리다 보니 안쓰러워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엄마가 많이 해줬다. 그 결과 하려고 하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스스로 하지 않고 있다. 제 물건 챙기기 같은 것은 당연히 하지 않고, 대변 누고 뒤처리도 아직 엄마가 해준다. 밥도 떠먹여 줄 때가 다반사다. 잠도 엄마가 옆에서 같이 자야 했는데 이건 최근에 고쳤다. 그 외에도 부지불식간 엄마가 아들의 수족인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많은 것을 해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안쓰럽더라도 독한 맘먹고 스스로 하게 했어야 했다. 반성한다. 지금부터라도 자기 스스로 하게 해야 하는데 습관이란 무섭다. 

2. 공부(독서)를 시키지 않은 것 : 건강하면 되지 그 외 뭘 더한다는 것은 욕심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글자 공부도 2학년이 되어서야 시작했다. 게다가 친정엄마가 어디서 아이패드를 보고는 몸이 불편한 우리 아들에게 딱이라며 사주셨는데 아이패드로 유튜브 삼매경에 빠져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패드와 지낸다. 집안일 할 때나 내가 피곤할 때는 차라리 아이패드 보고 있는 게 편해서 그냥 두었는데 너무 후회가 된다. 뇌 손상이 있는 아이는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충동성이 있을 확률이 높다. 아이패드 같은 기기는 불난데 기름 부은 격이다. 책을 가까이하게 해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지적으로 떨어지는 우리 아이가 책은 무슨 책이라는 생각하시는 분은 꼭 아래의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우리 아이들은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제한된 친구 관계, 치료 때문에 제한된 환경 노출 등) 그래서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무척 중요한데 아이패드로 주야장천 지하철만 보는 아들은 어휘력이 많이 떨어지고 상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살아만 다오!! 했던 시절도 있었으니 너무 욕심이 과한가 싶기도 하다.)


3. 엄마 자신에게 시간을 쓰지 못한 것 : 장애아를 낳는 순간 또는 장애임을 아는 순간 엄마들은 죄인이 된다. 왠지 내 잘못인 것만 같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없어진다. 포커스를 아이에게 두다 보니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버린 것이다. 주변에 보면 두통에 시달리거나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는 엄마들이 많다.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데다가 뇌성마비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몸 쓸 일이 많아 허리, 손목, 무릎 등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운동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찾아서 해야 한다. 10년을 아들에게 매달리다 몸과 마음에 빨간불이 켜지고서야 나를 위한 시간을 내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진작에 나를 돌봤어야 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4. 또래 아이들과 많이 어울리게 해주지 못한 것: 솔직히 고백하겠다. 엄마인 내 마음이 불편해서 아들을 데리고 또래 아이들과 많이 어울리게 해주지 못했다. 내 친구들이나 내가 가는 모임에 데리고 다니고 의도적으로 그 집에 가서 놀고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우리 집에 초대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귀찮고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성이 문제가 된다. 사회성은 단시간에 길러지는 게 아니다. 늘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시행착오도 겪고 갈등도 생겨보고 풀어도 보고 해야 하는데 그런 기회를 박탈했던 것 같다.

5. 동생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것 : 안 만든 것이 아니라 못 만들어준 것이긴 하다. 사실 그냥 한 명이라 아들만 신경 쓰면 되어서 좋은 면도 있긴 하다. 하지만 비장애아를 키우는 느낌은 어떻까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혼자인 아들을 보면 왠지 짠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집집마다 상황도 다르고 아이의 장애 유형이나 장애정도도 다르기에 내가 쓴 이 내용이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앞서서 장애아를 키운 부모님들의 글을 읽고 도움을 받았기에 부족하지만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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