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과 Apr 25. 2021

감정일기 쓰기는 가능할까?

일기는 은밀한 것이다. 더군다나 감정이라니...


감정은 판도라의 상자 같은 것이다. 온갖 것들이 들어 있다. 열어버리면 감당하지 못하고 그것에 압도되어 버릴 것 같아 꽁꽁 닫아둔 것이 감정이다.


그것을 열어젖히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을 공개된 곳에 올리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불경한 생각이나 감정만으로도 죄를 지은 것만 같다.


어릴 때 울거나 화를 내면 혼났다. 


돌이켜 보면 슬퍼서 우는데.. 화가 나서 화를 내는데 그게 혼 날일인가 싶다. 위로받아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마치 재채기가 나와서 재채기를 하는데 왜 재채기를 하냐고 야단을 맞는 것과 같다.


감정은 그만큼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나는(혹은 우리는) 감정을 배척당했다.


그만한 일로 왜 화내냐고.

그만한 일로 왜 슬퍼하냐고,

그만한 일로 왜 기뻐하냐고,


오롯이 내 것고고 옳고 그름이 없는 감정조차 재단당했다.


감정을 거세당한 사람의 말로는?


우울, 불안, 공허, 자기 비하다.


이제야 그것을 깨닫다니... 참 원통한 일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감정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사실 모르겠다.

어떻게 내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오늘이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다.


작가의 이전글 초등 입학 정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