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은밀한 것이다. 더군다나 감정이라니...
감정은 판도라의 상자 같은 것이다. 온갖 것들이 들어 있다. 열어버리면 감당하지 못하고 그것에 압도되어 버릴 것 같아 꽁꽁 닫아둔 것이 감정이다.
그것을 열어젖히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을 공개된 곳에 올리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불경한 생각이나 감정만으로도 죄를 지은 것만 같다.
어릴 때 울거나 화를 내면 혼났다.
돌이켜 보면 슬퍼서 우는데.. 화가 나서 화를 내는데 그게 혼 날일인가 싶다. 위로받아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마치 재채기가 나와서 재채기를 하는데 왜 재채기를 하냐고 야단을 맞는 것과 같다.
감정은 그만큼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나는(혹은 우리는) 감정을 배척당했다.
그만한 일로 왜 화내냐고.
그만한 일로 왜 슬퍼하냐고,
그만한 일로 왜 기뻐하냐고,
오롯이 내 것고고 옳고 그름이 없는 감정조차 재단당했다.
감정을 거세당한 사람의 말로는?
우울, 불안, 공허, 자기 비하다.
이제야 그것을 깨닫다니... 참 원통한 일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감정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사실 모르겠다.
어떻게 내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오늘이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