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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06. 2018

2014.11.28

오늘 점심시간에 2층 화장실을 지나가는데...이상한 냄새가 나고 아이들 몇명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1학년 남학생이 화장실 바닥에 똥을 쌌다는 것이다. 몇몇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을 부르러 가고 아이들은 웅성웅성거리는 작은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5교시 수업때문에 그곳에 오래 머무르진 못했지만 많은 생각이 스쳤다.

우리 진현이가 학교에서 똥을 쌌을때도 저런 소란이 일어났을까....

학교에서 벌써 몇번이나 똥, 오줌을 싼 진현이...

한번 실수하면 연달아 몇번씩 실수를 하는 바람에 늘 가방에는 바지 두벌, 팬티 두장, 양말 두켤레...윗옷 하나..이렇게 넣어다닌다. 진현이 아빠 말처럼 학생 가방에 책은 없고 옷만 가득 지고 다니는 것이다. 

학교에서 똥을 누고 싶으면 누면 좋으련만 참다가 나를 만나면 똥 누고 싶다며 집에 걸어가다 팬티에 조금씩 싼 건 너무나 자주...

이제 진현이 똥 묻은 팬티를 고무장갑도 안끼고 비벼 빠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으니...팬티에 묻은 똥은 빨리 안빨면 얼룩이 남고 ...비벼빠는것보단 못쓰는 칫솔로 살살 문지르는게 더 낫다는 등...나만의 노하우까지 생길 지경이다.

똥묻은 팬티를 빨고 있노라면...9살 먹은 아들 팬티를 언제까지 빨아야할까...

자식 똥이라 이렇게 빨고 있지...

과연 부모님 대소변이라면 나는 빨고 있을까...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아들 똥도 치우기가 힘든데...

늘 진현이 대소변 처리를 도와주시는 학교 특수선생님...실무원 선생님...그리고예전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새삼 감사한 마음.

남들보다 느리고 부족한 아들을 키우다 보니 본의 아니게 고개를 조아려 죄송해야할때가 참 많다.

식당에서 시끄럽게 할때

지나가다가 도로로 불쑥 뛰어들때

엘레베이터 버튼 아무거나 누를때

베란다에서 물건을 떨어뜨려 그 밑에 있던 차 앞유리가 파손됬을때

아무나 보고 말걸고...툭툭 칠때...

베란다 문을 쿵쿵 열고 닫아서 아래 층 전등이 흔들릴때..

진현이를 돌봐주셨던 여러 선생님들에게....

평소에 남한테 싫은 소리 듣기 끔찍히도 싫어하는 나이지만.

아들때문에 나는 저절로 낮아진다.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되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참....희한하다.

어려움,,, 힘듬... 슬픔은....또다른 깨달음이 되어 돌아온다.

그것이 삶을 더욱 부드럽고 여유롭게 영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언제든 진현이가 학교 생활을 힘들어하고 학교가 진현이를 힘들어하면 학교를 안보낼 생각이 있다.

만약 그럴때가 온다면

나도 학교를 그만두고 진현이랑 바람처럼 이 세상을 누비며 다니고 싶다.

건방진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미 진현이가 공부를 잘하길..좋을 대학 가길...성공하길...바라는 맘이 없기에...

훨씬 더 자유롭다 꼭 이래야만 한다..하는 강박감을 내려놓을 때의 자유로움...

그 자유로움을 내 삶에도 적용시키고 있는 듯 하다.

꼭 이래야만...한다....는 생각으로 참..허덕이며 살아왔던 지난 날들...

진현이 때문에

진현이 덕분에

타의이면서도 자의로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됨을 느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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