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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06. 2018

아들의 등교 풍경

2016.03.15.

4학년이 된 올해 3월부터 혼자 등교하기 시작했다. 내가 학교 근처에 내려 주면 거기서부터 도움반으로 가서 실내화 갈아 신고 4-3 교실로 가는 걸로 알고 있다.


내려다 주고 나면 나를 보면서 손을 흔드는 진현이...

나도 웃으며 손은 흔들어 준다. 진현이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놓일 수 있도록 말이다.

가면서 백미러로 보면 내 차를 따라 뛰어 오다가 교문으로 들어간다.


교문에는 늘 교장 선생님께서 교통 지도도 하시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해 주시는데...

진현이는 늘 교장 선생님에게로 가서 인사를 하는 모양이다. 그럼 교장 선생님도 인사도 해주시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 아마도 겁 많은 진현이가 혼자서 등교하는 데는 교장 선생님과의 인사의 힘도 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저께

진현이가 등교하는 것을 백미러로 보며 가고 있는데...

교장선생님께 인사하러 가던 진현이가 가던 중 넘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여전히 몸에 비해 가방이 커 보이는 우리 진현이는... 비틀비틀 걷다가 작은 걸림돌에 걸려 넘어져버린 것 같았다... 가방이 너무 무거웠나...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안쓰러웠다.

넘어지는 그 모습이 진현이의 미래와 겹쳐 보여서였다.

이 험한 세상... 툭하고 건드리면 풀썩 넘어져 버리는 우리 진현이가 어떻게 살아갈까... 방어할 힘도 없는데...

그 짧은 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넘어지는 진현이 앞에 계시던 교장 선생님은... 진현이를 일으켜 세워주셨고..

저녁에 만난 진현이는 여전히 씩씩해 보였다...

"진현아 ~ 조심해라." 이렇게 교장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는데...(사실인지 아닌지는 진현이만 알겠지만...) 진현이가 교장 선생님에게 위로와 격려를 받은 건 사실일 것이다.


며칠 전에는 교문 앞에서 작년 담임 선생님이 진현이와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들어가는 것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다.


나 혼자 진현이를 잘 키워 볼 거라고 아등바등 거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진현이 같은 장애아들이...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도움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현이를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교장 선생님, 담임 선생님... 진현이는 엄마인 나에게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지지받고 사랑받고 있었던 것이다...

점점 그런 사람이 많아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사회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만 하는 진현이를 위한 엄마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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