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과 Aug 06. 2018

고민

2016.08.05

어제 낮 맥도널드 매장. 내 왼쪽 건너편 테이블에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그 옆엔 여동생인 여자 아이, 맞은편엔 엄마가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자리를 뜨지도 않고 엄마와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를 하는 남자아이....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끼어들어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여동생. 


그 모습을 너무나 부럽게 보고 있는 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이 허락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는 수 천 번도 더 되뇌고 나를 다독이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또다시 무너진다.


작년 겨울부터 부쩍 말을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진현이.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일주일을 오롯이 함께 했는데 절망 그 자체였다.

나의 양육 방식이 문제였던 걸까? 진현이의 기질 문제 인가? 진현이의 장애 때문에?

모든 것의 컬래버레이션.


진현이와 집 밖을 나서는 순간 일단 내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내가 현관문을 잠그는 동안 일단 엘리베이터로 뛰어가 문을 발로 찬다. 요즈음은 한 번에 엘리베이터에 타는 적이 없다. 안 탄다고 문 앞에서 버티기, 엘리베이터에 타서 문이 닫힐 찰나 나가거나 발 끼우기, 1층에 다 와서 안 내린다고 엘리베이터 안에 드러눕기. 엘리베이터에 사람이라도 함께 탔다면 돌발 행동의 경우의 수는 배가 된다. 아주머니 뻘 되는 분에게 할머니라고 부르기, 이상한 말 하기, 진현이가 좋아하는 이웃이 타면 미친 듯이 웃어대고... 좋다는 표현인 건 정말 알겠는데 밀기, 발 밟기, 어디 가세요? 묻고 또 묻기, 그래 놓고 묻는 말엔 엉뚱 대답하기.

주차장까지 가기 전에 내 심장은 요동치고 얼굴은 표정관리가 안되고 요즘 같은 폭염엔 등에 땀이 줄줄. 

주택으로 이사를 가던지 필로티 층으로 이사를 가야겠다 생각만 여러 달째.


최근에는 "꺼져라"라는 말을 어디서 배웠는지 시시때때로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꺼져라" 해대는 통에 이러라고 언어치료시키고 말은 해야 할 텐데 하며 전전긍긍했나.. 이런 생각도 10초 정도 하게 된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기 옆에 있는 사람 밀고 때리기. 이러라고 하루에 두 번 미친 듯이 물리치료 데리고 다녔나...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조언은 이 두 가지로 나뉜다. 

1. 엄마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잘 안되었다.(사랑이 부족하다.)

2. 엄마와 아빠가 엄하게 훈육하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이나 억울하고 속이 상한다. 나는 신이 아니라서 완벽하지는 않았겠지만 지난 10년 진현이를 생각하고 진현이를 위해 했던 나의 모든 행동들이 깡그리 폄하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단호하지 못한 엄마였다. 진현이가 세돌 즈음부터 어린이집 선생님은 나에게 '공감은 잘해주시는데 단호하지 못하다'라는 평을 들었었다. 더구나 최근엔 학교 일이 힘들다는 핑계로 퇴근해서 고작 3-4시간 보는 진현이에게 아이패드를 안겨주었고 성대결절에 걸린 목을 핑계로 제대로 진현이가 묻는 말에 대답해주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함께 있는 시간에도 나는 티브이, 진현이는 아이패드. 밥 먹을 때도 진현이의 눈은 아이패드, 밥은 내가 퍼먹여주었다. 스스로 옷 벗기 등을 찬찬히 가르쳐주지도 않고 대부분의 신변처리는 그냥 내가 해주는 것이 편해서 그냥 해줘 버렸다. 


결국 이런 것들이 씨앗이 되어 싹이 터서 지금의 진현이의 행동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너무 피곤하다...라는 이유는 핑계겠지. 피곤할 권리도 아플 권리도 나에게는 없다. 진현이를 낳는 그 순간부터.


최근 나는 가슴이 답답하여 숨을 내 몰 아쉬는 빈도가 높아졌다. 아마도 여름방학을 일주일 앞둔 그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생기고 답답해졌다. 처음 겪는 증상이었다. 심장은 늘 두근거렸다.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 이런 걸까?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도 나는 문제가 생기면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자멸의 길밖엔 없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요즘 부쩍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다는 생각도...


이랬든 저랬든 진현이에게서 문제행동이 나타나고 있고 엄마로서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언제나처럼 책을 찾았다. 그 속에서 바른 방법을 나는 찾을 수 있을까?


긍정의 훈육-아들러 심리학이 알려주는 존중과 격려의 육아법(4-7 세편)


학급 긍정 훈육법 사이버 연수를 신청해두고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위의 책도 함께 사게 되었다. 지금 내가 맡은 반도 문제가 많아서(말하려면 길어서 이하 생략) 방학 동안 학급 긍정 훈육법 연수를 들어보려는데 긍정의 훈육부터 먼저 손이 간다. 역시나 자식이 먼저인 듯.


내 자식이 이 모양인데 학교에서 내가 누굴 가르치랴 이런 생각에 이번 휴가기간에 심각하게 2학기 휴직을 생각했다. 이 생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의 등교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