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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07. 2018

도로에서 차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2016.08.05

놀이치료 받으러 가는 길.

늘 활동보조선생님과 갔었는데 선생님이 휴가 기간이라 나와 함께 가는 길이였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내가 활동보조선생님이 가는 길로 운전해 가지 않자 선생님이 가는 길로 가기를 요구하는 진현이. 하지만 나는 선생님이 어떤 길로 갔었던지 알 수 없었고... 진현이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2/3쯤 갔을 때 진현이는 차에서 내리겠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카시트에 앉아있는 것만큼은 철저하게 교육했는데... 요즘 집에 도착해서 주차할 때 먼저 안전벨트를 빼 차에서 내리기를 몇 차례 해서 주의를 주었었다. 

진현이는 시내 한가운데서 차가 막혀 서행하는 틈을 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버렸다. 진현이 쪽 문은 안에서 안 열리게 해두었는데 반대편 문으로 내려버렸다. 위험하다고 내리지 말라고 소리치는 나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에 옮겨버렸다. 머리가 하얘졌다.  백화점과 백화점 사이 길이였고 차들이 막혀 제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 막히는 도로에서 진현이는 내려버렸다. 비상등을 켜고 나도 차에서 내려 도망가는 진현이를 잡아야 했다. 가까스로 다시 차에 태워 안전벨트를 했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진현이는 놀이치료실은 가지 않겠다고 집에 가자고 했다.


그렇게 집으로 가버리면 진현이는 앞으로 이렇게 떼를 쓰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나는 진현이에게 "오늘은 선생님과 약속했기 때문에 가야 한다."라고 최대한 담담하게 단호히 말했다. 그 말에 진현이는 다시 안전벨트를 풀고 대로변으로 진입한 차 문을 열고 다시 뛰쳐나갔다. 위험하다고 내리지 말라는 내 말은 귀에 들리지 않는 것 같았고 나에게 소리소리를 질렀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다시 진현이를 태우고 놀이치료실에 가는데 속도를 줄 인사가 또 내려버렸다. 더 이상 뒤에 혼자 태울 수 없어 앞자리에 타라고 했다. 뒤에선 빵빵거리고 굽신거리며 양해를 구하는데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가까스로 치료실에 갔지만 주차하는 동안 발악하다시피 하는 진현이를 보느라 결국 뒷 범퍼와 전봇대가 부딪혔고... 치료실로 올라가지 않겠다는 진현이를 완력으로는 못 들어가게 할 것 같아 치료사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려오신 선생님께 진현이를 맡기고 힘이 탁 풀려버렸다.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까? 절망감? 실망감? 서러움? 막막함? 진현이가 앉는 자리 반대편 문도 안에서 열리지 않도록 했다. 그러고는 한동안 차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게 자기가 위험해질 행동 정도는 안 할 인지도 되지 않는 걸까? 

충동조절이 안되는 걸까? 

늘 가던 길로 가지 않는 게 그렇게 화가 나는 일일까? 그 정도 융통성이라는 게 있지 않는 걸까? 

앞으로 진현이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살아갈 수나 있을까? 


치료사 선생님과 치료시간에 오늘 한 행동을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상황을 인지하고 왜 자신이 화가 났는지도 알고 있었단다. 자기가 잘못한 것도...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하는 것이다. 인지 때문이기도 하겠고 충동성이 있는 것 때문이기도 하겠고.. 


다행히 집에 가는 길엔 얌전했다. 자기 입으로 차가 설 때까지 안전벨트를 풀지 않겠다고 하고 진짜로 그렇게 했다. 


진현이를 나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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