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과 Aug 11. 2018

중2병 걸린 술 취한 사람과
10년째 함께 살기

2017.06.22.

  오랜만에 오랜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첫째 딸이 아프다고 조퇴를 해서 자기도 조퇴를 했다고 했다. 괜찮냐고 걱정을 했더니 별로 아파 보이지도 않는데 조퇴를 한 것 같단다. 그러면서 요새 정말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중2 딸이 이해가 안 가고 힘들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학교는 진료확인서를 꼭 가져가야 해서 병원을 갔는데 약간의 장염이 있다고 했단다. 딸아이가 “ 그래도 학원은 가야겠지?”라고 하길래 ‘아프다고 학교는 조퇴하고 학원은 어떻게 가나.’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학원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단다. 
   
  차 안에서 딸기 요구르트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장염인데 딸기 요구르트는 나중에 먹어.”라고 했더니 갑자기 “나 학원 안 갈래.” 이랬다는 거다. “안 사준다는 게 아니라 장염 다 나으면 그때 먹으라고. 의사 선생님이 물도 끓여서 마시라고 했잖아.”라고 했더니 “딸기 요구르트는 물이 아니니 먹어도 되는 거 아니냐.”며 속을 뒤집었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중2가 되면 자기도 자기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더니 그래서 그런 가 보다. 그런데 우리 진현이는 10년째 계속 그래. 확실히 뇌 손상이 있어서 그런지 중2 아이들 뇌처럼 뭔가가 안정되지 못하고 감정이 소용돌이치다보다” 
  하면서 진현이의 행동 몇몇 예를 들어주었더니 
  친구가 “정말 힘들겠다...”라고 말했다.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의 수고로움은 상상 이상이다. 육체적으로 힘든 아이, 정신적으로 힘든 아이, 둘 다 힘든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매우 힘들다. 그래서 장애 엄마를 만나면 눈빛만으로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비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아이도 꼭 중2를 거칠 것이고 그때 힘든 그만큼(그 이상일 수도 있다.)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는 평생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조금은 이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시아버지는 진현이를 보고 “인마, 술 취했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정말 딱 맞는 말이다. 횡설수설 혼자 좋다고 웃고 뜬금없는 말을 하고 물었던 말 또 묻고 또 묻고 몸까지 비틀거리니 영락없는 술 취한 사람인 것이다. 친정아버지도 술을 안 드시고 남편도 술을 입에도 안 대기 때문에 술 취한 사람의 특성이 피부로 와 닿지 않았는데 술을 즐기시던 시아버지는 그 특성을 딱 간파하신 거다. 

  이 글 역시 남편이나 아버지의 술주정을 당해(?) 본 분들이 장애아(근대 요 부분은 진현이의 특성일지도 모르겠다.)를 키우는 힘듦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라고 하겠다.
   
  어쩌다 진현이도 중2병이 지나간 아이처럼, 술 깬 사람처럼 멀쩡할 때가 있다. 아주 멀쩡하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짧다는 것이 문제다. 그 시간을 조금씩 늘려주는 것이 목표가 되겠다. 중2병 학생을, 술 취한 사람을 무작정 다그치고 비난 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엇나갈 뿐이다. 중2병은 시간이 지나야 되고 술 취한 사람(알코올 중독) 역시 다른 의지처 및 관심사를 제공해서 술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진현이를 끊임없이 기다려주고 진현이가 다른 관심처를 가질 수 있도록 계속 무언가는 제공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오늘 출근하면서 도저히 못 참아서 속으로 욕한 것은 안 비밀. 요즘 욕이 늘었다. 반성한다. 
       
 <<나를 욕하게 만든 행동>>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 하는 동안 있었던 일은 생략)
1. 엘리베이터에서 말 걸어주는 아주머니에게 “가!”라고 몇 번을 소리치고 뒤이어 뜬금없이 실실 웃으며 아주머니에게 몇 번이나 “선생님”이라고 한 것(이유를 알고 싶다.)
2. 그걸 보는 옆에 있던 여학생의 눈빛...(옆집 사는 아이인데 진현이를 보면 항상 안 좋은 눈빛이다. 이상도 하겠지.) --> 이건 진현이가 잘못했다기 보단 이런 상황이 나를 속상하게 하고 화가 난다.
3. 엘리베이터에서 잘 내려서 뭐가 또 수가 틀렸는지 갑자기 학교에 안 간다면서 다시 엘리베이터로 뛰어들어가 겨우 끌고 나온 일
4. 겨우 차에 타서는 차 유리창을 쿵쿵 친 일(조만간 차 유리창에 금이 갈 것 같다. 남편이 제일 애지중지하는 TV의 액정이 한 달 여전에 결국은 금이 갔다. 진현이의 손바닥 힘으로.. 순식간에)
5. 화가 날 때 하는 말 “야. 꺼져.”라고 소리 지른 일(뭔가 자기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다는 걸 안지만 엄마로서 자괴감이 든다.)
6. 아무 이유 없이(본인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는 도저히 모를 일--> 운전하면서 뒷좌석 볼 만 큰 운전실력이 좋지 못함) 차 안에서 자꾸 낄낄 웃었던 것.(웃으면 불안하다. 뭔가 일을 치고 웃는 그 웃음이라...) 
   
심각한 건 아니었고 이 정도는 일상적으로 노멀 한 정도? 불과 20분 안에 있었던 일이다.
 
오늘은 내 컨디션이 안 좋았던지 인내심에 한계가 생겨 화가 났다. 정말 자식이지만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인간은 정말 자기만 생각하는구나. 자식이지만 진짜 싫다. 혼자이고 싶다... 모성이란 진짜 있는 것까? 사회에서 만들어낸 말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운전을 했다.)

예민한 진현이는 그런 엄마의 속마음을 알았던지 차에서 내리면서 평소에 안 하던 말을 했다. “엄마 안아줘.” 안아줬다.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 내 마음도 좀 풀렸다.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의 교회 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