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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14. 2018

아들이 떠먹여 주는 죽

2018.02.19.

저녁에 뭘 잘못 먹었는지 체했는지 구역질이 나고 새벽에 토하기까지 했다.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했고 점심도 수제비 국물만 떠먹었다. 저녁때가 되어 아들이 스파게티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급히 만들어주고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물을 많이 부어서 묽은 쌀죽을 끓였다 


스파게티를 맛나게 먹다가 엄마도 먹으라고.. 같이 먹자는 아들에게 엄마는 배가 아파서 죽을 먹을 거라고 했더니 잠자코 다시 저녁을 먹는다.

조금 있다가 내가 먹을 멀건 죽을 가지고 아들 옆으로 갔더니 냉큼 숟가락을 들어 떠먹여 준단다. 너무 뜨거워 조금 있다가 먹여달라고 했더니 자기 스파게티를 다시 후룩후룩 먹는다.

조금 있다가 흔들리는 손으로 죽을 떠서 내 입에 넣어주는데 멀건 죽이라 흘리는 게 반이다. 최대한 숟가락 쪽으로 몸을 숙여 아들이 떠먹여 주는 죽을 먹었다. 

이제껏 아들 떠먹여 준 세월이 10여 년인데.... 이제 엄마가 아프다니 죽도 떠먹여준다하니 고맙고 기특하다. 비록 죽을 바닥과 내 다리에 흘려서 닦아낸 휴지가 밥상 위에 수북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엄마가 아프기 때문에 장난은 치지 않겠다는데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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