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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16. 2018

나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으니까

2018.03.11

최근 잠자리에서 아들이 종종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으니까

13살이나 된 아들이지만 내가 함께 자리에 누워야만 쉽게 잠드는 아들. 때론 아직도 재워줘야 하나 싶어 귀찮을 때도 있고 언제까지 재워줘야 하나 싶어 걱정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온다. 


잠자리에 누워 바로 잠들지 않고 등을 긁어달라 이야기를 해달라 이불을 덮어달라 여러 가지 요구와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끊임없이 종알거리는 데다가 내 머리까지 만져야 잠드는 아들 때문에 우아하게 아들을 재워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늘 끝은 화를 내거나 얼른 자라라고 타박하는 나쁜 엄마가 되어버린다. 

내가 좀 기분이 나쁜 기색이 보이면 꼭 안아달라고 하는데 내가 "그냥 자!!"라고 하면 "엄마 꼭 안아줘. 나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으니까 엄마가 좋아."라고 한다. 그 한마디에 또 스르르 녹아서 등지고 돌아 누웠다가도 다시 아들을 안아 줄 수밖에 없다.

그 말에 엄마가 풀리는 것을 알아챈 아들이 그 말을 입버릇처럼 사용하는데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왠지 아들이 내 마음을 아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들을 키우는 것이 버겁고 나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을 아들이 무의식 중에 느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으니까 나를 밀어내지 마세요. 나는 엄마가 좋아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래 내 뱃속에서 크고 세상에 나왔으니 너와 나는 보이지 않는 끈을 이어져 있겠지. 그리고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오래 엄마의 도움이 필요할 거야.

아들이 어떻게 그런 말을 쓰게 되었는지...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가끔 아들이 이 말을 할 때면 아들을 좀 더 품어줘라...라는 시그널 같은 생각이 들고 힘이 난다. 나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역할 중에 가장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할 역할은 "엄마"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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