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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20. 2018

무제(3)

이름도 없는 너에게

수술 날짜가 잡혔다. 

4월 21일.
 
종합병원은 늘 그렇다. 자세한 설명 생략. 하지만 예전처럼 꼬치꼬치 묻지 않았다. 저번 병원에서 가져온 서류들을 쓱 살펴보고 초음파 본 다음 명쾌하게 결론 내려준다.
 
"수술 해야겠습니다."
 
난 궁금한 게 많았다. 수술하면 안전한지, 괜찮아지는지, 경과도 보지 않고 한 번에 치료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 하지만 묻지 읺았다. 
 
간호사가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받고 가라며 안내해준다. 고개만 끄덕끄덕.
 
내 집만큼 익숙한 병원. 일주일에 두 번씩 들락거렸으니 채혈실이 어딘지 물어볼 필요가 없다. 
 
하라니까 해야지. 할 수 있는데까지 하려고 병원에 온 거니까. 그런데 조바심이 나지가 않는다. 걱정되지 않는다.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려고 온거지 꼭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지가 없었다.
 
4월 20일.
2006년 9월. 갔던 그 곳을 다시 가게 되었다.
익숙하다. 
입고 갔던 옷을 모두 벗고 낡아빠진 분홍색 임산부용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다.
기본적인 정보 파악라는 미명하에 믾은 것들을 묻고 내 몸을 탐색하는 곳.
너무 익숙해서 놀라지도 긴장하지도 않는 내가 참 웃기고 처량하다.
 
분만장.
분만하는 산모와 여러가지 이유로 문제가 있는 임산부가 뒤섞여 있는 곳.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
 
그 곳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옆 침대에도 똑같은 옷을 입은 산모가 누워있다. 우리는 서로 말을 나누지 않았다. 
 
다음날 수술을 위한 처치를 위해 간호사들이 왔다갔다 한다. 
 
그냥 눈을 감는다.
 
18주였다. 그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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