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없는 너에게
"더 큰 병원으로 가셔야 겠습니다".
"우선 빨리 병원 예약하세요."
결국은 일이 이렇게 되어벼렸다. 소견서와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를 받았다. 무슨 정신으로 수납을 했는지 모르겠다.
서류를 받아 병원을 나왔다. 해결해야 하는 일은 그 즉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예약 전화를 하지 않은채 그냥 걸었다. 휘적휘적 걸으며 생각했다.
'예약을 하지 말까? 병원에 가지 말고 이대로 있을까?'
병원에 가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어설프게 시간 끌다 중간에 잘못되면 평생이 더 힘들어진다. 아예 시작도 말아야 한다는 무서운 생각이 담겨있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전화기를 꺼내들어 먼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남편이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 그래도 일단 큰 병원에 가보란다.
전화를 끊고 잠시 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가보긴 가봐야겠지....'
전화기를 들었다. 병원 예약 전화번호는 익숙했다. 핸드폰 전화번호부에서 병원 전화번호를 쉽게 찾았다. 또 이 병원에 예약 전화를 하게 되다니... 그래야 하는 내 처지가 싫었다. 내 몸뚱어리가 싫었다. 그 때 기억이 떠오른다.
능숙하게 병원 예약을 한다. 대학병원이지만 급한 사안이라 그런지 바로 예약을 잡아준다.
다음 날 병원 가기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병원에 가기 싫은 마음이 꿈틀댄다.
그런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수 밖에 없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