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과 Aug 19. 2018

프롤로그

20년 동안 우물에 빠져있었다.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소유와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20대부터 무소유와 명상에 관심을 가졌다. 화장으로 외모를 가꾸는 대신 독서로 내면을 가꾸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일상보다는 인생을 생각을 생각했다. 늘 죽음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경계했다. 


20년이 흘렀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남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범인에도 끼지 못하는 우울증 환자였던 것이다. 우울증 환자를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단지 내가 우울증으로 인해 20년을 길을 찾아 헤매고 그 깊은 우물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우습게도 우울증임을 몰랐다. 오히려 나는 남과 다르다는 우월함을 가지고 살았다. 마치 가려고 하는 곳과 다른 장소를 목적지로 입력해놓고 원래 가려는 곳으로 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허탈했다. 


앞으로 우울증이란 녀석에게 20년 동안 지배당했던(그런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나를 되돌아보고 지금이라도 목적지를 수정하고자 한다.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1) 20년의 나의 삶을 반추하고 2) 우울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3) 목적지를 바로 알고 가는 연습 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안쓰럽기까지 했던 내 모습을 바로 바라보기가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같이 자기가 어떤 길을 가고 있고 어디에서 헤매고 있는지 모르고 힘들어하는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과 나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 서로 격려하고 위안받는 수단으로 나는 글쓰기를 택했다. 그리고 나아가려 한다. 이번 길은 제발 목적지와 여정이 같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백 명의 사람에게 쌀을 얻어 만든 백일 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